비행기를 탈 때 항공사만 고르던 시대는 지났다.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스카이팀(SkyTeam)·스타 얼라이언스(Star Alliance)·원월드(oneworld) 등 ‘3대 글로벌 동맹’ 가운데 한 곳에 속해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라운지 이용, 마일리지 적립, 우선 수속 등 여행 편의를 크게 높여주는 혜택이 적지 않다. 항공권을 선택할 때 동맹까지 함께 확인하면 여행 만족도가 한층 올라간다.
한때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자체 동맹을 만들어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홍콩익스프레스항공을 중심으로 중국계 LCC가 참여했던 ‘유플라이 얼라이언스’, 제주항공 등이 포함돼 있던 ‘밸류 얼라이언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두 연합 모두 현재는 사실상 활동이 중단되며 와해됐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항공 동맹은 결국 스카이팀·스타얼라이언스·원월드 등 3대 메이저 동맹이 전부다.
대한항공이 이끄는 스카이팀
스카이팀은 2000년 출범한 글로벌 항공 동맹으로, 현재 18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급 협력체다. 대한항공·델타항공·에어프랑스·KLM 등이 핵심 멤버이며 전 세계 145개국 945개 노선을 연결한다. 연간 이용객만 약 6억명에 달한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스카이팀의 탄생 배경에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1990년대 말 항공업계에는 동맹화 흐름이 거세게 일었고, 조 회장도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당시 제휴 관계였던 델타항공의 레오 뮬린 회장을 직접 찾아가 동맹 결성을 먼저 제안했다. 이후 에어프랑스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여러 차례 협력을 설득하며 판을 키웠다.
2000년 6월, 대한항공·델타항공·에어프랑스·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 CEO가 뉴욕에서 스카이팀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글로벌 항공 동맹이 잇따라 만들어지던 시기, 한국 항공사가 주도해 새 동맹을 출범시킨 보기 드문 사례였다.
출범 이후 스카이팀은 사무국 중심 체제를 유지하다 2019년부터는 회원사 CEO 중 1명이 의장을 맡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조양호 회장을 이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아 4년간 스카이팀 운영 전략을 총괄했다.
스카이팀 회원사는 라운지 공동 이용, 마일리지 적립·사용, 우선 체크인 및 수하물 서비스 등 폭넓은 혜택을 공유한다. 스카이팀은 세계 최초의 글로벌 화물 동맹체 ‘스카이팀 카고’도 출범해 화물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가장 오래된 동맹, 스타얼라이언스
스타얼라이언스는 1997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항공 동맹이다. 현재 25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네트워크도 가장 넓다. 전 세계 190개국 1150개 노선을 잇고, 하루 1만8000편 이상의 항공편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2003년 가입했다. 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ANA·싱가포르항공·터키항공 등 글로벌 대형 항공사가 대거 포함돼 있다. 매년 다양한 항공 전문기관으로부터 ‘최고의 항공동맹’ 평가를 꾸준히 받는다.
우수회원에게는 전 세계 1000여개 라운지 이용, 우선 탑승, 무료 수하물, 마일리지 적립 등 혜택이 제공된다. 아시아나클럽 우수회원은 자동으로 스타얼라이언스 골드·실버 등급을 부여받아 다른 회원사 이용 시에도 동일한 혜택을 누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항공시장의 동맹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통합 항공사는 스카이팀을 핵심 동맹으로 삼게 되고, 아시아나항공은 자연스럽게 스타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게 된다.
원월드, 생소하지만 강한 멤버 보유
1999년 출범한 원월드는 현재 15개 회원사가 속해 있으며 900개 이상의 목적지를 잇는다. 아메리칸항공·영국항공·캐세이퍼시픽·일본항공(JAL)·콴타스·카타르항공 등 굵직한 프리미엄 항공사가 참여해 ‘서비스 품질 중심’ 동맹으로 평가받는다. 핀에어, 말레이시아항공, 이베리아항공 등도 포함돼 유럽·아시아 노선에서 강점을 지닌다. 2021년에는 알래스카항공이 합류하며 북미 네트워크가 강화됐다.
지난해 2월에는 인천공항에 세계 최초의 원월드 직영 라운지가 문을 열어 주목받았다. 전문 바텐더 칵테일, 샤워실, 업무공간 등 차별화된 시설을 갖췄다. 회원사들은 아비오스(Avios) 마일리지 포인트 시스템을 공유한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