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해 속도 조절 방침을 시사했다. 연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촉구하며 지도부를 압박하는 강성 당원과 강경파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요구에 대해 “당원들의 요구가 많은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순방 외교가 빛바래지 않도록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간 조율하고 있다. 이런 문제일수록 당·정·대가 긴밀하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머지않은 기간에 입장을 표명할 날이 있을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공개 발언은 내란전담재판부 신속 추진을 촉구하는 강성 당원들을 진정시키고,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강경파 의원들을 자제시키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강경파 의원들은 이날도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공개 발언을 이어갔다. 전현희 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별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특검영장전담판사가 도입되지 않아 국민 우려가 크다”며 “대통령 순방이 끝나는 시점에 반드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지난 9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당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 것을 두고도 공개적인 신경전을 벌였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고발 조치를) 갑자기 한 게 아니라 충분히 사전에 (지도부와) 얘기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법사위원들의 고발 기자회견 직후 김병기 원내대표가 “협의를 좀 해야 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가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뒷감당 잘할 수 있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정 대표가 추진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지도부 내에서 공개 반발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모두 1인 1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상당수 최고위원들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 등 졸속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진행된 당원 여론조사 결과 투표 참여율이 16.81%에 불과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당내에서는 내년 연임에 도전하려는 정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룰을 변경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판 한웅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