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발 훈풍이 하루 만에 사라지면서 코스피가 급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21일 전날 미국 증시 약세 영향 속에 4% 가까이 내리면서 3850선으로 밀려났다. 환율은 1475원대로 올라서며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버블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검은 금요일’을 초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9% 하락한 3853.26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코스피는 엔비디아의 실적 호재로 1.92% 오르며 사흘 만에 4000선을 회복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4000선은 물론 3900선 아래로 후퇴했다. 코스피 낙폭은 일본(2.4%) 중국(2.3%) 등 주요 아시아 국가 증시보다 컸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3.14% 빠진 863.95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2조8230억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액은 2021년 2월 26일(2조8300억원)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950억원, 4960억원 매수하며 하방을 지지했다. 기업별로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SK하이닉스가 8.76% 급락해 52만원대로 밀려났고, 삼성전자도 5.77% 떨어지며 ‘10만전자’를 탈환한 지 하루 만에 9만원대로 후퇴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오른 1475.6원에 장을 마쳤다. 미국의 관세인상 이슈가 불거진 지난 4월 9일(종가 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인한 달러 수요 급증이 환율을 자극했다. 이달 외국인 누적 순매도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의 큰 폭 하락세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끊이지 않는 AI 버블 우려가 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8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56%, 나스닥 지수는 2.15% 각각 하락했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시장 전반에 퍼진 AI 고평가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의 연내 추가인하 기대가 약화한 점도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다음 금리 결정 시기인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FOMC에서 금리 동결 전망은 65%로 전날보다 5% 포인트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7개월 만에 8만50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4시50분 현재 전일보다 2.85% 하락한 8만4300달러에 거래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까지 변동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