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해 온 채해병 특검이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12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7월 2일 수사 개시한 지 142일 만에 내놓은 결과다.
정민영 특검보는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해병대 수사관의 수사 권한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던 해병대 수사관에게 국방부가 조직적 보복행위를 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중대한 권력형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피혐의자로 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보고 받았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격노했다. 하지만 박 대령은 이첩 보류와 수사 결과 변경 지시를 모두 거부했고, 같은 해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특검은 이에 윤 전 대통령이 추가로 위법한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이첩 사실을 보고 받은 윤 전 대통령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재차 회수를 지시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에게는 이첩 당일 전화로 8분45초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여태 사태 파악이나 대응조치를 처리하지 않고 있느냐”며 “이첩에 관한 신속한 대응조치를 취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질책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의견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차례 지시를 내렸다”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들의 범죄 사실도 드러났다.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은 경찰청에 이첩된 기록을 회수한 뒤 국방부 장관 직속인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다. 하지만 조사본부마저 임 전 사단장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은 다섯 차례 수정을 지시하며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토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박 대령에 대한 조직적 보복 조치도 확인했다.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은 박 대령을 보직 해임했고, 김동혁 전 검찰단장은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고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과 감금,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범행이 있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이르면 26일 구명로비 의혹과 호주대사 도피 의혹 등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검의 활동기한은 28일까지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