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톱 복원… 기술 수장엔 외부전문가 영입

입력 2025-11-22 00:04

삼성전자가 반도체(DS) 부문의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공식화하며 ‘투톱’ 리더십을 확립했다. 지난 3월 한종희 부회장 별세 이후 8개월 만의 2인 대표 체제다. 양대 사업부문장에게 메모리사업부와 모바일사업부장을 겸직하게 해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기술 수장으로는 외부 석학과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과감히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21일 사장 승진 1명, 업무 변경 3명 등 총 4명 규모의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노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떼고 정식 부문장이 됐다.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도 그대로 유지한다. 전 부회장은 DS 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을 계속 맡는 대신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사장)직을 내려놓는다. AI 확산으로 날개를 단 반도체 사업에 역량을 총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 부회장의 빈 자리는 내년 1월 1일 삼성에 합류하는 박홍근 사장이 채운다. 박 사장은 25년 넘게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며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을 연구해온 글로벌 석학이다. SAIT 수장으로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를 이끌 예정이다.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임명됐다. 윤 사장은 MX사업부에서 사물인터넷(IoT)·타이젠 개발팀장과 소프트웨어 담당 등의 보직을 거쳤고, 삼성벤처투자에서는 AI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유망 기술 투자를 주도했다. 모바일, TV, 가전 등 전통사업들과 미래 기술의 결합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세대 교체 신호탄’을 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 인사는 소폭으로 이뤄졌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정기 인사보다는 수시 인사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