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샤인(SHINE) 이니셔티브’라고 명명된 중동 외교 전략을 밝혔다. 우리나라와 중동의 협력 지향점을 평화와 번영, 문화의 세 가지 틀로 구체화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지 기반을 넓히고 교류·협력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카이로 구상’인데 중동과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것이다. 카이로 구상이 우리 외교의 다변화와 경제 동맹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 대통령이 그제(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 제안한 샤인 이니셔티브는 한반도와 중동의 협력 비전이다.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의 앞글자를 딴 것인데 이 중 안정과 조화는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 구축을 위한 핵심 요소다. 두 지역 모두 지정학적 안보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이 “전쟁의 포화를 겪은 대한민국 국민은 분쟁으로 위협받는 이들의 눈물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한다”고 설명한 이유다. 번영을 위해 내세운 키워드는 혁신이다. 에너지·건설 분야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인공지능과 수소 등 미래 혁신 분야까지 협력의 지평을 확대해 장기간 상생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초고속 압축 성장에는 중동의 도움이 있었다며 이젠 대한민국이 ‘나일강의 기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화 분야에선 네트워크와 교육으로 교류와 협력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인기 있는 K콘텐츠를 바탕으로 문화 기반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특히 젊은 세대 간 교육 프로그램 교류를 늘려 협력의 지속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을 하나로 잇고 세계를 향해 도약할 미래의 주인공은 이 자리(카이로대학)에 계신 여러분”이라며 청년 간 교류를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가 크게 의존했던 경제 대국들은 물론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경제 동맹의 폭을 넓히는 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과제다.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그동안 제한적인 협력에 머물렀던 중동 지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는 카이로 구상이 중동을 포함한 새로운 시장 확보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