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탕은 개구리탕이다. 예전에는 보양식으로 개구리탕을 하는 곳이 제법 있었다. 끓이다 보면 개구리가 팔다리를 뻗어 만세 부르는 모습이 돼 만세탕이라고도 불렀다. 개구리탕이라 하면 징그럽고 그런 걸 먹는다고 눈총 받을 수 있어 순화한 표현이란 설도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만세탕이 정치권에서 갑자기 회자되고 있다. 며칠 전 국민의힘 의원 107명 전원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엄태영 의원이 이 말을 꺼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거랑 과감히 단절하고 새출발하지 않으면 주전자 속 개구리마냥 모두 만세탕이 된다. 당명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결단을 하자”면서 전면적 쇄신을 촉구했다. 그제 재선 의원들도 장동혁 대표를 만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1년이 다 된 걸 계기로 당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 요구가 이제야 본격 분출되는 게 신기할 정도로 국민의힘은 지난 1년간 우물 안 개구리마냥 국민 다수의 여론과 딴 방향으로 흘러 왔다. 계엄을 규탄하기는커녕 의원 40명이 ‘한남동 사수’를 외쳤고, 아스팔트 보수 세력과 함께 활동하던 인사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대선에서 지고도 계엄을 사과하자는 혁신위원장을 중도하차시키는가 하면 ‘전한길 전당대회’로 쇄신과 거리가 먼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불과 며칠 전에도 당에선 ‘윤 어게인’ 세력을 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만세탕 경고가 나왔지만 거기에 놀라기보다 계엄과 탄핵의 불쏘시개로 뜨거워진 물에 내성만 더 커진 상태일지 모른다.
국민의힘이 오늘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전국 11곳을 돌며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를 기치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반성과 쇄신 없이 정권만 규탄한다고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오히려 이번 행사를 바깥 여론이 얼마나 싸늘한지 깨닫는 계기로 삼으면 더 의미 있을 테다. 그런 뒤 마지막 행사 이튿날인 12월 3일엔 만세탕 냄비를 탈출해 혁신의 강으로 뛰어들겠다고 전격 선언하면 좋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