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두번째 기착지인 이집트에서 중동과 한반도를 연계하는 평화 정책인 ‘샤인(SHINE)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후 이집트 카이로대학교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과 대한민국이 함께할 비전으로 샤인(SHINE)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자 한다”며 “평화, 번영, 문화 세 가지 영역에 걸쳐 중동과 한반도가 상생하는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샤인 이니셔티브는 안정을 뜻하는 영단어 스태빌리티(Stability)와 조화의 하모니(Harmony), 혁신의 이노베이션(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을 의미하는 에듀케이션(Education)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다.
이 대통령은 역내 안정·조화와 관련해 2007년부터 레바논에 동명부대를 파병해 온 것을 언급하며 “함께하는 관여를 통해 안정과 조화에 기반한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카이로 방문을 계기로 가자 사태를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집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에 1000만 달러를 새로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정상회담을 가진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중동의 중재자’로서의 노력을 치하하며 “(알시시 대통령의) 지칠 줄 몰랐던 인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님과 함께 주재한 샴엘쉐이크 평화회담의 소중한 결실로 피어나 가자 지구 휴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도 남북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며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지원하며,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함께하는 혁신으로 공동번영의 미래로 도약하겠다”면서 ‘한-이집트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체결 추진 등 양국 간 자유무역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어 “이제 대한민국이 나일강의 기적에 기여할 차례”라면서 “에너지·건설 분야 협력을 공고히 하고, 인공지능과 수소 등 미래 혁신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함께 만들 네트워크와 교육으로 교류와 협력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면서 양국 대학 및 중앙박물관 간 교류 확대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샤인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단순하다.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여러분의 꿈이 두 나라의 미래라는 것”이라며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을 하나로 잇고 세계를 향해 함께 도약할 미래의 주인공이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카이로대학교 방문에 앞서 대통령궁에서 가진 한·이집트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한국과 이집트는 ‘평화 촉진자’로서 한반도와 중동을 포함한 국제평화에 함께 기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와 관련해 “이집트는 아프리카·중동·유럽을 잇는 핵심 허브이며, 대한민국은 성공적 발전 경험과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경제협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인 CEPA 협상이 조속히 게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이로=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