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0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에 연루된 자당 현역 의원들에게 ‘의원직 유지’에 해당하는 벌금형이 선고되자 “더불어민주당 의회독재에 법원이 중요한 제동을 걸었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원 유죄 판결이 났지만 ‘11월 위기설’까지 제기됐던 사법 리스크의 한 고비는 넘었다는 판단이다. 현 지도부의 대여 강경투쟁 노선이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은 선고 직후 “무죄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법원은 명백히 우리의 정치적 항거에 대한 명분을 인정했다. 결국 민주당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장찬)는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한국당 지도부 등의 법안 접수 방해,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등 행위 전체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부당성 공론화를 위한 정치적 동기의 범행’ 등 참작 사유를 고려해 피고인 전원에게 검찰이 구형한 징역형 등에 크게 못 미치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민주당이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선거제 개편안(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인 과정이 헌법·법률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품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에 일정 부분 손을 들어준 것이다.
송언석 원내대표, 김정재·윤한홍·이만희·이철규 의원 등 함께 재판받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 모두에게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형만 선고되면서 국민의힘으로선 한시름을 덜게 됐다.
장동혁 대표는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갈등이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가 다투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6년이 지난 지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 난립 등 부작용을 초래했고, 공수처도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수사 지연으로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판결로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경 노선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 원내대표는 선고 후 “패스트트랙 사건은 지금 이 순간 극에 달한 다수당 의회독재의 시작점”이라며 “우리의 저항은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거였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기대감도 크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외압 의혹과 연계해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처분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패스트트랙 재판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주진우 의원은 “국민 돈 7800억원을 훔쳐 간 ‘김만배 일당’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며 “국민 피해가 없고 민주당 의회독재를 막아선 행위는 검찰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형민 이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