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한 대응·단단한 고박·신속 출동… 세월호와 달랐다

입력 2025-11-20 19:16
퀸제누비아2호가 20일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 정박돼 있다. 이 배는 전날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좌초됐다가 예인선의 도움으로 바다로 빠져나온 뒤 자력으로 항해해 목포로 들어왔다. 연합뉴스

이번 전남 신안군 해상 무인도 여객선 좌초 사고는 2014년 무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때와 여러모로 비슷한 환경이었다. 200명 이상의 승객이 탄 대형 여객선에 좌초 장소도 전남 해안이었다. 하지만 공포 속에서도 안전 매뉴얼을 따라 질서를 지켰던 승무원과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에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20일 해경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좌초 사고 직후 승객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승무원의 안내방송에 따라 모두 구명조끼를 챙겨 입었다. 이어 해경 연안 구조정으로 옮겨탈 수 있는 여객선 후미 부분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차분하게 구조를 기다렸다. 특히 임산부와 어린이, 노약자부터 순차적으로 이동한다는 안내에 승객 모두 차분히 따랐다. 이후 어린이와 노약자부터 구조를 시작해 사고 발생 3시간10분 만인 오후 11시27분쯤 모든 승객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선원 21명은 사고 이후에도 모두 선내를 지켰다. 사고 당시 이들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을 안내하는 등 승객들을 안심시켰다. 또 승객들이 모두 구조된 뒤 선박이 목포항에 입항할 때까지 배에 남아 선체 상태 등을 점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과 일부 선원들은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도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남긴 채 갑판으로 탈출해 해경에 구조됐다. 사고 직후 안전 매뉴얼대로 실행한 퀸제누비아2호 승무원과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이 화를 막은 셈이다.

좌초 이후 해경 연안 구조정으로 구조된 승객들이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도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명 피해도 경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총 30명으로, 이 중 26명은 이상 소견이 없어 이날 곧바로 퇴원했다. 나머지 4명은 뇌진탕 등 소견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차량과 화물에 대한 고박(화물 등을 선박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단단히 한 덕분에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지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선체 1층과 2층에는 화물차와 승용차 등 차량 118대가 적재됐고, 18.8t 분량의 컨테이너도 10개나 실려 있었다. 하지만 화물 적재 한도인 3552t을 넘기지 않는 등 안전수칙을 그대로 준수했다. 이로 인해 섬 충돌 후에도 차량과 화물 등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아 선체가 크게 기울어지지 않으면서 화를 면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차량과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변침 때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체가 빨리 기울어지며 침몰을 가속화시켰다.

해경의 신속한 출동에 의한 긴급 구조도 인명 사고를 막았다. 해경은 이날 오후 8시17분쯤 사고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고속 경비정을 급파해 11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상황을 확인한 해경은 경비함정 17척과 연안 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서해특수구조대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한밤중 구조 작업에 돌입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최초 신고 후 40분이 지나서야 해경 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해 구조에 나섰지만 이미 선체가 기울어진 탓에 해경 구조대원들이 선박 안으로 진입조차 하지 못해 대형 인명 피해가 났다.

신안=김영균 이은창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