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윤석열정부 때 진행된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감사 전반에 위법·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감사는 실세로 꼽혔던 유병호(사진)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주도했다. 감사원은 유 전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 사퇴 압박을 위해 내부 규정을 어기고 전산 시스템까지 조작해 사실상 표적 감사를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20일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 중간발표 및 향후 계획’을 통해 “유 전 사무총장 시절 실시된 권익위 감사는 감사 착수·처리·시행 과정 전반에 걸쳐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권익위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감사에 대한 점검을 지난 14일 완료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결과를 전달했다. 공수처는 현재 전 전 위원장 사퇴 압박을 위한 특별감사를 벌인 혐의로 유 전 사무총장을 수사 중이다.
당시 감사원은 전 전 위원장의 상습 지각으로 인한 근무시간 미준수, 법률사무소 차명 운영 등 비리 제보가 접수됐다는 이유로 권익위에 대한 감사를 개시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제보사항 13건 중 전 전 위원장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처분은 한 건도 없었다.
권익위에 대한 실지감사는 통상적인 감사 절차와 다르게 시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TF는 “감사원이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제보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한 자료수집(30일 이내)도 거치지 않고 실지감사 착수 결정을 먼저 한 후 감사할 ‘꺼리’를 찾아가는 일정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감사 내용에 반대한 당시 조은석 주심위원의 열람 결재를 ‘패싱’하기 위해 전산을 조작한 정황도 포착됐다. 사무처는 감사보고서 수정안을 확정·시행하기 위한 결재라인에서 주심위원을 삭제한 뒤 사무총장을 최종 결재자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보고서 수정 과정에서 사무처는 감사위원회의에서 의결된 문안에 없던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비난 내용도 추가했다. 그 결과 최종 감사 시행문 문안에는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해당 일자에 대해 전현희 위원장이 소명하지 않은 것은 기관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임의로 들어갔다. TF는 또 사무처가 당시 배포한 보도참고자료 17건 중 4건은 거짓이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은폐 의혹, 비무장지대(DMZ) 북한 감시초소(GP) 철수 부실 검증 의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 등 문재인정부를 조준한 감사를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해 2월 사무총장 사퇴 후 감사위원이 됐다.
유 전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열린 최재해 전 감사원장 퇴임식에서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를 틀었고, 지난달 취임한 정상우 신임 사무총장에겐 선물로 엿을 보내는 등의 기행을 벌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