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줄고 폭등 멈췄지만… 여전한 상승세

입력 2025-11-20 18:59 수정 2025-11-21 00:02
게티이미지뱅크

10·15 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이 확대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기대와 관측은 적잖이 빗나갔다. 폭등은 냉각됐지만 고강도 규제가 집값을 빠르게 안정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한 달 만에 상승폭을 키웠다. 호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달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감소했으나 일각에서 제기한 ‘거래절벽’ 수준은 아니었다. 전세 위축이 우려됐지만 강남에서는 오히려 전세가 늘었다. 불안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은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값이 전주보다 0.20% 상승했다고 20일 밝혔다. 42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달 20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토허구역을 지정한 뒤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상승폭은 4주 만에 커졌다. 지난달 13일 0.54%(2주 누계)를 기록한 뒤 지난주까지 매주 0.50→0.23→0.19→0.17%로 줄던 집값 상승률은 이번 주 다시 확대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에서 상승폭을 키웠다. 강남(0.20→0.23%), 서초(0.13→0.24%), 송파(0.47→0.53%)와 용산(0.31→0.38%), 성동(0.37→0.43%), 광진(0.15→0.18%), 강동(0.21→0.22%) 등에서 오름폭을 확대했다. 상승세를 ‘억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의 맷집이 세다”며 “도심 지역은 토허제를 해도 거래량 감소는 있지만 가격 하락은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 효과가 거의 없다”며 “주식, 비트코인, 금 등 모든 자산이 ‘에브리싱 랠리’ 중인데 서울 집값만 찍어누른다고 사람들 심리가 바뀌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달 성적표를 보면 거래절벽은 기우였던 것으로 보인다. 토허제 시행 후 한 달간 토지거래계약허가 신청 건수는 4000건을 넘어섰다. 서울 25개 각 지방자치단체의 새올전자민원창구에서 10월 20일~11월 20일 토지거래계약허가 민원접수 건수를 취합한 결과 총 4270건으로 집계됐다. 토지거래지만 대부분 아파트 계약이다. 부동산 폭등기인 9월 매매량(8650)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8월 서울 전체 거래량(4272건)과는 비슷한 규모다. 거래절벽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이 너무 과열돼서 정부가 가만있을 순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만 억제하니 ‘더 오를 것’이라는 시장 심리가 있다. 당장은 규제로 구매력을 약화시켰지만 장기적 해결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규제 시행 한 달 만에 성과를 내기에 한계가 있기는 하다. 무엇보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쉽지 않은 경제 환경도 감안해야 한다. 박원갑 위원은 “공급부족 불안심리, 통화량 팽창, 주식 호황에 따른 유동성 증가 등이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에서도 관측과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현재 그 여파는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는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신규 아파트 단지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매물이 급감하지는 않았으나 전셋값은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토허제 시행 전날인 지난달 19일 대비 이날 서울의 전세 물량은 2만4542건에서 2만6109건으로 6.3% 증가했다. 강남 3구 중심으로 확대됐다. 서초구 23.8%(3953→4895건), 강남구(15.4%), 중구(6.7%), 송파구(3.4%)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다만 이 4개구를 제외하면 전세 매물은 감소했다.

다음달과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잠실르엘이 위치한 송파구 신천동의 전세 매물 급증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난달 19일 대비 576.0%(301→2035건) 급증했다. 지난 1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청담르엘이 있는 강남구 청담동은 전세 매물이 501건에서 1274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매물이 증가하면 통상 전셋값은 안정세를 보이는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0.10%, 송파구는 0.28% 올랐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가을 이사철이기도 하고, 주요 지역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곳이라 입주장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대단지 입주장을 맞은 강북 지역은 강남 3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이달 입주를 앞둔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의 전세 매물은 같은 기간 33.9%(801→530건) 감소했다. 이달 입주를 앞둔 한화포레나미아가 위치한 강북구 미아동의 전세 매물 역시 55.3%(297→133건) 줄었다. 강북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해 9월 16일(0.09%) 이후 59주 만에 가장 높았다.

강남과 강북의 다른 양상은 기존 토허구역 여부와 입주 시기, 현금 동원력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통 전세 물량은 입주 2~3개월 전에 크게 늘어나는데, 동대문구와 강북구는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 전세 물량이 감소했다. 송파구와 강남구는 자금력 있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시장인 만큼 대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측면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전반적 오름세만을 두고 10·15 대책이 효과가 없다고 볼 순 없다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부동산 대책이 없었다면 가격이 현재보다 더 크게 뛰었을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을 물가상승 폭 내에서 관리하는 ‘상승 안정화’를 목표로 잡고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강한 힘을 받긴 어렵고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가격이 확 뛰긴 어려울 것”(박원갑),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김효선)는 지적도 나왔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