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 전시장. 사람 손 모양 로봇의 검지를 만지자 오른쪽 화면에 촉각이 감지된 위치가 빨간 화살표로 나타났다. 로봇 손가락을 누르는 강도, 손가락이 닿는 면적에 따라 화살표 및 그래프의 높낮이가 실시간으로 변경됐다. 로봇에 섬세한 감각을 입히는 ‘에이딘로보틱스’의 첨단 센서가 작동한 것이다. 김용범 에이딘로보틱스 연구소장은 “로봇이 미세한 공정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람의 정밀한 촉각 기능을 담은 센서가 필요하다”며 “에이딘로보틱스는 촉각 센서 공급을 넘어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 협력까지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R&D캠퍼스에서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디지털헬스 등 삼성전자가 육성한 미래 유망 분야 스타트업 30개사가 부스를 꾸려 핵심 기술과 성과를 소개했다. C랩(크리에이티브+랩)은 삼성전자가 13년째 운영해온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2012년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 도입 이후 2018년 외부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를 신설했다.
삼성전자가 키워낸 스타트업은 내년 1000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사내 423개, 사외 536개 등 총 959개의 스타트업·사내 벤처를 육성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삼성전자 C랩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대표적인 개방형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함께 미래를 개척하는 동반자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10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무대에 올라 참여 소감을 발표했다. 배관 교체 없는 친환경 수질 관리·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하는 ‘지오그리드’의 김기현 대표는 “C랩이 제공한 전문 컨설팅 프로그램이 사업 방향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지난해 C랩 참여 전 2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올해 약 900% 성장했다”고 말했다. 안경테에 부착하는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AI 카메라와 시각보조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투아트’ 조수원 대표는 “삼성전자 가전제품 사용 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품 내부의 작은 QR코드를 촬영해야 하는 경우 시각장애인과 노인들에게 어려움이 있었다”며 “투아트의 설리번 플러스 앱 연동을 통한 음성 서비스 제공으로 전 세계 모든 삼성전자 고객들의 기술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윤행 에이딘로보틱스 대표는 “시장 발굴, 고객 접점 마련 등 스타트업이 스스로 하기 어려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그 덕분에 15개국 400여개 기업에 센서를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제조라인용 센서 개발 및 레인보우로보틱스 부품 공급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C랩 아웃사이드 7기 스타트업 30개사는 프로그램 기간 동안 총 218명의 신규 인력 채용과 34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