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편향’ 종전안으로 우크라 압박하는 미·러

입력 2025-11-20 19:03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의 한 주거용 건물이 1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으로 심하게 파손돼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영토 포기와 병력 절반 축소를 명시한 새 종전안 초안을 러시아 당국자들과 함께 마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들이 참여한 새 종전안은 28개 항목으로 작성됐다. 초안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자국 통제 지역까지 모든 영토를 러시아에 넘기고,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병력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핵심무기를 포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외국 군대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과 서방국의 장거리 무기 지원을 모두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FT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어를 공용어 중 하나로 채택하고 러시아정교회의 공식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도 초안에 들어갔다”며 “이는 러시아의 오랜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안 작성에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가 참여했다. 소식통은 FT에 “위트코프 특사가 이번 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방문한 우크라이나 각료들에게 초안을 전달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수용하길 바란다는 확고한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우크라이나 측 입장을 대변해온 키스 켈로그 특사는 내년 1월 직책 연장을 위한 상원 인준 절차를 밟지 않고 물러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장에선 교전이 계속됐다. 우크라이나 비상 당국은 “18일 밤부터 19일 새벽까지 이어진 러시아의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한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미국으로부터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해제를 승인받은 뒤 처음으로 18일 미국산 지대지 장거리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 ACMS)를 러시아 본토에 발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국경 인근 보로네슈에서 에이태큼스 4기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