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실적 새로 쓴 엔비디아… ‘AI 거품론’ 잠재웠다

입력 2025-11-21 00:17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의 공룡인 엔비디아가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AI 거품론’을 단숨에 잠재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기술력과 AI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발(發) 훈풍은 거품론에 움츠러들던 투자심리도 되살렸다.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당초 시장조사업체 LSEG가 내놓은 예상치 549억2000만달러(약 80조1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주당순이익(EPS)은 1.3달러로, 역시 시장이 예상했던 1.25달러보다 높았다.


중점 사업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512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액의 90%에 육박한다. 게임 부문 매출은 43억달러로 지난해 3분기보다는 30% 늘어났지만, 올 2분기와 비교해서는 1% 감소했다. 다음 분기 전망 역시 ‘장밋빛’이다. 엔비디아는 4분기(11월~2026년 1월) 매출 650억달러, 주당 순이익 1.43달러라는 초강력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이 ‘0%’라는 가정 하에 작성됐음에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인 ‘블랙웰’이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을 견인했다. 추론 성능과 에너지 효율에서 전세대 대비 10배 이상의 기량을 보이는 블랙웰은 생성형 AI 모델의 학습과 운영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폭발적인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전 세계적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는 상황이다. 황 CEO는 이날 블랙웰 판매량이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으며, 클라우드용 GPU는 이미 매진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AI 거품론의 진위를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로 주목을 받았다. 황 CEO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거품론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AI 버블에 대한 얘기가 많지만, 우리의 관점에서 보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우리는 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 다음 단계인 에이전틱 AI의 시대가 열리면서 실수요가 충분히 발생하고,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투자 역시 지속 가능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시장 우려를 불식한 엔비디아는 애프터마켓에서 5.08% 상승한 주당 19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 영향에 AMD(4.45%)와 오라클(3.01%) 알파벳(2.39%) 등 AI 관련주도 동반 상승했다. 미국 웨드부시 증권은 “AI 사이클이 ‘9회말’에 가까운 막바지 국면이 아니라 ‘3회초’ 단계에 있는 중장기 사이클의 초기 국면이라는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증시도 급반등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2% 상승한 4004.85에 마감해 4000선을 하루 만에 회복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4.25%)와 SK하이닉스(1.60%) LS일렉트릭(6.53%) 두산에너빌리티(4.44%) AI 관련주가 동반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와 대만 가권 지수도 각각 2.65%, 3.18% 상승했다. 반면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중국 AI 생태계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박선영 이광수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