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스포츠 개막을 맞아 프로팀이 호성적을 내면 최대 7~8% 금리를 지급하는 ‘팬심 적금’ 상품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 약속한 고금리 달성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3일 BNK부산은행은 최근 인수한 BNK썸 여자프로농구단 팬들을 겨냥한 ‘우승 기원 적금’을 출시했다. 연 1.7%의 기본 금리에 챔피언결정전 우승 시 3% 포인트, 소속 선수 개인 수상 1개당 0.2% 포인트(최대 1% 포인트) 등 우대금리로 최고 8%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부천 하나은행 농구단의 성적과 우대금리 조건을 결합한 ‘하나 농구 응원 적금’을 내놨다. 기본 금리 2%에 정규리그 우승(1% 포인트)·1년 신규 고객(1.7% 포인트) 등 조건을 모두 달성하면 7%까지 금리가 오른다.
팬심 예·적금 상품은 판매 실적이 대체로 양호하다. 부산은행의 ‘롯데 자이언츠 승리기원 예·적금’은 올해도 출시 보름 만에 조기 완판됐다. 하나은행의 농구 응원 적금도 출시 첫 1개월간 순조로운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상품들이 최대 금리 실현보다 3~4% 안팎의 ‘예금 같은 적금’으로 전락할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이다. 우승 여부에 우대금리 3% 포인트가 걸린 BNK 여자농구단은 이번 시즌 2위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개인 수상 우대금리도 1% 포인트를 전부 채우려면 8개 부문에서 5개를 차지해야 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최하위 하나은행의 정규 시즌 우승은 BNK와 비교해 훨씬 요원해 보인다.
실패로 끝난 ‘팬심 상품’의 선례는 수두룩하다. 부산은행은 ‘롯데 자이언츠 가을야구 정기예금’에서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0.1~0.4%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지급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팀 사정을 잘 아는 팬들의 마음은 승패 하나하나에 흔들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7일 우승 후보 우리은행과의 개막전에서 예상을 깨고 21점 차 대승을 거뒀다. 이 팀의 팬 A씨(30)는 “사기 같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기는 모습을 보니 가입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