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두나무 편입 임박… 카카오는 시장 진출설 선긋기

입력 2025-11-21 00:26

네이버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를 편입하기 위한 합병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가상자산 사업 진출 대신 새로 설립한 증권·보험사를 키우는 데 집중하며 일각의 거래소 인수설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주식 교환 비율을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3주로 예상한다. 이 경우 형식적으로는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가 두나무를 안으려는 배경에는 가상자산 시장이 급성장하며 스테이블코인·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 있다. 시장 선점 목적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 상황상 신규 사업자가 진입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국내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해 운영 중이지만 영향력이 미미한 상태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시장 진출을 위해 새로운 거래소를 설립하기보다 이미 시장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을 사들이는 게 손쉬운 길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도 네이버에 대항해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 등을 통해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카카오 측은 부인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간편송금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카카오페이 본체에, 인수·합병(M&A)과 신규 라이센스 취득으로 설립한 증권·보험을 주축으로 견고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로서는 자회사를 추가하는 자체가 현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는 한때 모빌리티·골프·미용실 등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며 몸집을 불렸지만, 문어발식 확장 방식과 민생 사업 침해에 대한 비판도 일었다. 결국 지난해 3월 기준 132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올해에는 두 자릿수까지 감축했고, 연말까지 80개 수준으로 추가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대부분을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특성상 명확한 비즈니스모델 없이는 수익성 리스크가 크다”며 “선발로 나선 네이버가 시장을 구축하는 모습을 본 뒤 다른 IT 기업들이 후발주자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