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명을 태우고 전남 신안군 무인도에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일등항해사와 조타수가 해경에 긴급체포됐다. 해경 초기 조사 결과 이들은 수동운항을 해야 하는 협수로(좁은 수로)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조종을 맡기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해양경찰서는 퀸제누비아2호 일등항해사 A씨(40대)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40대)를 업무상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해경 전담수사반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사고 직전 사용 내역을 분석하는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발생 해역은 협수로로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수동운항을 해야 하는 구간이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자동항법장치에 조종을 맡긴 채 휴대전화를 보다가 변침(방향 전환) 시기를 놓쳐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여객선은 족도(무인도)에서 약 1600m 떨어진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야 했지만 A씨 등은 무인도를 100m 앞에 두고서야 이를 인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여객선은 시속 40~45㎞(22노트)로 운항 중이었으며, 변침 지점을 지나고 불과 3분 만에 족도에 선체 절반이 걸터앉는 형태로 좌초됐다. A씨는 애초 “조타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수사관의 추궁 끝에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A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B씨가 외국인 선원인 점 등을 고려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조타실에 없었던 선장 C씨(60대)도 일등항해사 등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C씨는 사고 당시 근무시간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조타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해경은 관련법상 좁은 수로 등 위험구간을 운항할 때 선장이 직접 조타실에서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경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반은 이날 오후부터 선체에 대한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사고 여객선이 자력으로 목포항에 입항한 점을 고려하면 선체 결함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또한 해상교통관제센터(VTS)도 항로를 이탈한 퀸제누비아2호의 이상징후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매일 같은 항로를 오가는 선박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운항 과실이 확인됐다”며 “항해사와 조타수 등이 사고 당시 휴대전화로 무엇을 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고 말했다.
퀸제누비아2호 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 측은 사고 조사와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운항을 잠정 중단키로 하고 이날 정기운항편을 결항한다고 공지했다. 선사는 안전점검 및 수리 작업을 위해 여수 소재 조선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