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물 국회’ 의원들 유죄… 6년간 나아진 것 없는 대결 국회

입력 2025-11-21 01:30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선고 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일명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버젓이 벌어진 국회 폭력 사태였다. 자유한국당 27명과 더불어민주당 10명의 국회의원 및 보좌관이 기소됐다. 이후 총선이 두 번 열리도록 재판을 질질 끌어오다 6년7개월 만인 20일에야 자유한국당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민주당 피고인 선고공판은 다음 달 열린다. 별도로 진행된 재판은 두 당 피고인들이 기일변경 신청 등을 반복하는 통에 나란히 지연돼 왔다. 극한 대결 정치의 상징적 사건은 정치인 재판의 ‘지연된 정의’ 사건이란 꼬리표를 추가했다.

당시 충돌은 대화와 타협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이며 이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 하자 자유한국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고 나섰다. 국회 의안과와 회의장 여러 곳을 점거하고 사법개혁특위 의원을 감금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뚫고 패스트트랙 지정을 처리하기까지 며칠 동안 폭력 사태가 이어져 ‘동물 국회’란 말이 나왔다.

재판부는 나경원 의원 등 자유한국당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며 150만~24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의원직을 유지하는 형량이지만, 판결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재판부는 “국회가 과오를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려 마련한 의사결정 방침을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고 질타했다. 국회선진화법은 2011년 김선동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사건 이후 만들어졌다.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와 타협을 증진하자며 여러 장치를 신설했는데, 그중 하나인 패스트트랙을 놓고 폭력 사태를 벌여 ‘선진화’란 말이 무색해졌다.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불법 수단을 동원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판결문 문구를 의원들은 뼈아프게 새겨야 할 것이다.

선고 이후 나 의원이 꺼낸 발언은 실망스럽다. “법원이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는 주장을 폈을 뿐, 국회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한, 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국회의 모습이 지난 6년간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암울한 상황도 이런 인식이 배경에 있을 것이다. 갈수록 극렬해진 대결 정치에 국민은 계엄과 탄핵의 국가적 위기를 겪어야 했다. 여야 모두 국민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후진적 정치 행태를 걷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