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국농아인협회 전현직 고위 간부의 각종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조직 실세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골드바 지급을 의결한 이사회, 특정 수어통역사에 대한 취업 방해 의혹과 함께 고위 임원의 성비위 의혹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최근 보건복지부의 농아인협회 전현직 간부 고발 건을 서울 금천경찰서에 배당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두 차례 협회 실지감사를 실시해 간부 4명을 업무상 배임, 업무방해, 근로기준법상 취업 방해 등 혐의로 지난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조만간 고발인 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복지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한 내용은 조남제 전 사무총장에 대한 골드바 선물, 블랙리스트 및 화이트리스트 의혹, 세계농아인대회 관련 조직적 회계 부정 의혹, 수어통역 서비스 관련 허위 문서 발송 등 크게 4가지다.
협회는 2021년 잡지출 예산의 75%를 사용해 조 전 사무총장에게 298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제공(국민일보 10월 16일자 12면 참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총장이 받은 골드바 8개 가격은 현재 금 시세로 약 1억원에 달한다. 복지부는 조 전 사무총장에게 선물할 것을 제안한 협회 간부들의 경우 업무상 배임 및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고 봤다.
협회는 또 특정 수어통역사의 섭외·출입을 금지하거나 협회 관련 기관에서 특정 외부 강사만 일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는 중앙회가 승인한 강사만 강의할 수 있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종의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취업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경찰은 협회가 2023년 세계농아인대회 예산을 불투명하게 운영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들은 성비위로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전 수어통역센터장 A씨는 협회 간부 1명에게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다며 최근 서울경찰청에 성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이 건과 별개로 협회 내 성폭력 관련 제보를 확보 중이다.
복지부의 관리·감독 부실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복지부가 이번 감사를 통해 수사 의뢰한 주요 의혹 중 하나인 조 전 총장에 대한 협회 이사회의 골드바 선물 의결은 지난해 복지부가 협회 감사를 통해 일찌감치 파악했던 내용이다. 당시 복지부는 ‘개선’ ‘기관 주의’ 등 가벼운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블랙리스트 의혹 역시 복지부가 3년 전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인지했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