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과 이집트가 만들어 나갈 모든 미래의 기본적 토대는 평화”라며 “실용적, 단계적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올해 수교 30주년인 이집트와의 관계가 기술·교육 협력과 문화 교류를 통해 더 심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 두 번째 기착지인 이집트의 국영신문 ‘알아르함’에 기고한 글에서 “남북 대화가 단절되고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되며,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남북 간 교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국제사회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원하며, 실용적·단계적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단’ ‘축소’ ‘비핵화’로 이어지는 3단계 비핵화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9월에는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한반도 평화 구상으로 제시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되 남북 간 관계회복은 교류협력(Exchange), 관계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 모두 지역의 평화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면서 “양국이 각각 중동과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상호 노력해 온 이유”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동 지역에서 이집트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년간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이집트는 중재국으로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외교적 인내를 보여줬다”면서 “중동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꾸준히 동참해 온 한국과 한반도 평화를 일관되게 지지해 온 이집트 간 ‘평화 협력’의 폭이 앞으로 더 넓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와의 다방면에 걸친 교류 협력을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배움에 목말라 매일 초등학교까지 왕복 4시간을 걸어 다녔던 기억이 있다”며 자신의 과거를 소개하고 “양국의 교육 협력은 단지 지식의 이전이 아닌, 어려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1995년 양국 수교 이후 이집트의 삼성과 LG 공장에서 TV, 세탁기, 최신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고 한국 기업의 메트로 전동차는 카이로 시민의 발이 되어 이집트 시민들의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며 경제 분야 협력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이집트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비전 2030’의 가장 신뢰할 파트너는 대한민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을 일궈낸 이집트인들의 원대한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 정상은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교역과 교육·문화 분야 협력 심화 방안, 방산·원자력·철도 협력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집트는 유럽, 아프리카, 중동을 잇는 국제 물류의 요충지이자 우리의 포괄적 협력 동반자”라고 말했다.
카이로=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