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제주에서 새벽배송 중 사망한 쿠팡 택배기사 사고를 계기로, 제주에서 전국 최초로 ‘초심야노동 금지 조례’가 추진된다. 무리한 배송 경쟁을 제한하는 ‘적정배송제’ 도입도 포함돼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보당 제주도당은 20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칭 제주도 노동자 생명보호 조례’ 제정 계획을 포함한 ‘초심야 노동 금지 및 주간노동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조례안은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의 초심야 노동을 금지하고, 과로사 예방을 위한 제주도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내 공공기관도 출자·출연기관의 심야노동을 금지하며, 민간업체에 대해서는 단계적 제한 및 지원을 통해 심야근무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쿠팡식 초심야 배송’에 대해서는 특정 시간대 물류센터 입차와 작업을 금지하고, 창고업 등록시 ‘심야 작업 금지 준수계획’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제주형 적정 배송제’를 도입해 무리한 ‘당일·새벽배송 마케팅’을 제한하고, 자정 이전 주문은 익일 오전 6시 이후, 자정 이후 주문은 익일 낮에 배송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제주도에 대해서는 과로사 추방을 위한 4개년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지역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다. 산업별 과로 및 야간노동 실태조사, 야간 노동자 건강보호 예산 신설, 과로사 위험지수 개발 등도 조례안에 담았다.
김명호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은 “쿠팡 택배노동자의 사망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이윤을 우선시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택배·물류업이 청년들에게 안전한 일자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제주도당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윤종오 의원 발의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시행령이 마련되는 대로 조례 초안을 수정하고, 제주도 및 도의회 각 상임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택배노조에 따르면 새벽배송 중 사망한 고 오승용(33)씨는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30분까지 주 6일 하루 평균 11시간30분씩 야간 근무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뒤 하루를 쉬고 다시 새벽배송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오씨는 지난 10일 새벽 2시9분쯤 제주시 오라2동의 도로에서 1t 화물차를 몰다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 날 오후 사망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