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사태’ 언급 트럼프 “바보같이 그렇게 하지 말라 했다”

입력 2025-11-20 19: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앞줄 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일론 머스크(둘째 줄 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가운데) 엔비디아 CEO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단속 사태에 대해 “바보 같다”며 외국인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강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반발에도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외국 전문인력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 이념’보다 경제를 강조하는 모습이지만 물가 인상 탓에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또 나왔다.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포럼에 참석한 트럼프는 지난 9월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한국 배터리 공장 노동자 체포를 언급하면서 “난 ‘바보같이 그렇게 하지 말라’(Don’t be stupid)고 했고 우리는 이걸 해결했으며 이제 그들(한국인 노동자)은 우리 국민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는 제조 과정이 위험하다.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며 “그들(한국 기업)은 공장을 짓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또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을 거론하며 “매우 복잡한 공장을 건설해 운영하려면 수천명의 외국인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난 그런 사람들을 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칩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과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나의 보수 친구들을 사랑하고 마가를 사랑하지만 이것(외국 전문인력 수용)이 마가”라며 “그 사람들은 우리 국민에게 컴퓨터 칩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고 짧은 기간에 우리 국민은 일을 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자들에 대해 “그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애국자들이지만 단지 이해하지 못할 뿐”이라며 “공장과 장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사람들이 공장을 열고 운영하며 가동하기 위해 자기 나라에서 사람들을 많이 데려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발언도 내놨다. 트럼프는 “내 지지율이 막 내려갔지만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선 지지율이 엄청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고물가에 대해서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나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9개월 전에 우리나라는 죽어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나라”라며 “지금은 정상적 수준의 인플레이션”이라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NPR과 PBS,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지난 10~13일 미국 성인 14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39%로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57%가 트럼프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 인하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민 단속 문제는 16%에 그쳤다. 또 ‘지금 중간선거가 치러진다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5%는 민주당을, 41%는 공화당을 선택했다. 민주당이 14% 포인트나 앞선 것은 2017년 이후 최대 격차라고 NPR은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