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칭찬한 총리와 법무장관, 그런 게 좋은 정치

입력 2025-11-21 01:20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민석 국무총리가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투자분쟁(ISDS)에서 정부가 승소한 것에 대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만나면 (승소 계기가 된) ISDS 취소 신청을 잘했다고 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분쟁 취소 신청 때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 왜 많은 비용을 들여 신청하느냐는 주장도 있었다”며 “그러나 당시 한동훈 장관은 가능성을 믿고 신청했다. 잘한 일이고 소신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여권이 “승소는 새 정부의 쾌거” “이재명 대통령의 성과”라고 마치 모든 게 현 정부 공인 것처럼 주장하던 것에서 사뭇 달라진 태도다. 게다가 여권에 비판적인 야권 인사를 이렇게 대놓고 칭찬한 것도 기존 정치권에선 못 보던 풍경이다.

사흘 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운영위원장이 보인 태도도 의외였다. 그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민의힘 의원과 질의 응답 때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자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곳이냐”고 호통쳤다. 여당 원내대표가 한식구라 할 수 있는 대통령실 고위 인사 편을 들지 않고 오히려 강하게 주의를 준 것도 이례적인 경우다.

잘한 일을 잘했다고 칭찬하고, 상임위원장이 국민을 대신해 질의하는 의원에게 도 넘은 응대를 하는 공직자를 질타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당연한 일들이 사라지고 오히려 그 반대의 행태만 넘쳐나는 게 지금 정치권의 현실이다. 론스타 승소 소식만 해도 여권 인사들은 죄다 현 정부의 공으로 돌리려 급급했고, 되레 한 전 장관이 자기 공치사한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상임위원장들도 사회자로서 중립을 지키기보다 소속 당의 행동대장처럼 나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정치인들이 진실보다 진영 이익을 우선시하고 올바름보다 편 가르기에 익숙한 탓이다. 그런 맹목적 진영 논리가 정치를 실종케 했고, 뭐든지 대결하는 정치 풍토를 낳았다. 야당을 대하는 총리와 장관의 달라진 태도,여당 원내대표의 초당적 상임위 운영을 계기로 여야 모두 그런 비정상적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생 정치는 아니어도 같이 죽자고 달려드는 파괴적 정치만큼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