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찰, 현장 중심 치안 정책… 범죄율 감소 등 가시적 성과

입력 2025-11-24 02:23
유윤종 울산경찰청장이 지난 21일 신정시장 일대에서 울산시 상인연합회 임원단과 합동 순찰을 하고 있다. 이번 합동 순찰은 전통시장 내 사고와 범죄 취약성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의 치안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울산경찰청이 산업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현장 중심 치안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범죄·교통·산재 등 전반에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환경을 바꾸는 공동체 치안부터 외국인 대상 선제 대응, 관계성 범죄 예방, 산업재해 전담 수사까지 치안 수요에 맞춘 정책을 촘촘히 추진한 결과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공동체 치안이다. 24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울산경찰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야음장생포동에서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기반 시범사업 ‘늘 지켜 봄’을 추진했다. 울산시 자치경찰위원회와 18개 기관·단체가 참여해 시민 간담회 12회, 합동 캠페인, 야광형 건물 번호판·신고 위치판 등 안전시설물 312개 설치, 번개시장 주변 환경 개선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지역 5대 범죄는 전년 대비 42.9% 감소했다.

울산 5개 구·군에 설치된 1만6000여대 폐쇄회로(CC)TV를 관리하는 관제 센터도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며 범인 검거 23건, 실종자 발견 16건 등 총 39건을 해결했다. 경찰·지자체·시민이 함께 참여한 범죄예방 체계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인명·재산 보호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의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한 치안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 체류 외국인은 올해 6월 기준 2만8556명으로 2년 새 5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만 44%에 달한다. 울산경찰은 이들이 안전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안전한 울산 생활 가이드’ 영상을 영어·중국어·베트남어 등 8개 언어로 제작·배포했다. 한국의 기초질서, 112 신고 요령, 생활 안전수칙을 담은 영상은 공단과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외국인의 112 신고에 대비해 제삼자 동시통역 훈련을 정례화하고, 외국인 참여형 자율방범대 운영도 강화해 지역사회 안전망을 다층화하고 있다.

관계성 범죄 대응 역시 체계적으로 강화됐다. 울산경찰은 전문 상담 기관과 연계해 가해자 교정, 피해자 상담, 사후관리 등을 포함한 ‘온 가족 행복플러스’ 사업을 운영하며 가정폭력 재범률을 2023년 7.3%에서 올해 9월 기준 5.4%까지 낮췄다. 민간 경호 지원 등을 통해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확대하고,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회복적 경찰활동 기반도 넓히고 있다.

교통안전 분야에서는 보행자 중심 환경 조성과 사고요인별 맞춤형 단속을 통해 올해 1∼10월 교통사망자를 전년 대비 12.8% 줄여 전국 4위를 기록했다. 산업공사로 근로자가 급증한 온산국가산단에는 임시 승하차장 운영과 주차장 4000면 추가 조성으로 교통 혼잡을 해소했다. 일일 교통량이 8만대를 넘는 아산로 일대는 현대차 전기차 공장 앞 교차로 신설과 신호체계 개선이 추진 중이며, 이달부터는 ‘화물차 사고 예방 특별대책’을 시행해 화물차 주요 법규 위반 단속과 현장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울산경찰은 수사 과정에도 범죄예방 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월 피싱예방 전담 경찰관이 출연한 라디오 방송을 들은 시민이 자신의 상황이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해 5000만원 피해를 막았다. 울산경찰은 금융기관과 협력해 고액 인출 시 은행이 자동으로 112에 신고하는 체계를 구축했고, 올해만 33건·20억원 규모의 피싱 피해를 예방했다. 피해액도 7월 87억원에서 9월 3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울산은 산업단지가 집적해 있을 뿐 아니라 시설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산재 위험도 크다. 이에 울산경찰청은 지난달 ‘중대재해 수사팀’을 신설해 산재 사망사고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와의 수사협의체를 정례화하고 사건 초기 단계부터 핫라인을 구축해 중대재해 수사 전문성과 예방 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민생치안 역량 강화… 시민의 믿음직한 파수꾼 될 것”
유윤종 울산경찰청장

“경찰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울산경찰은 시민 안전·현장 중심 치안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유윤종 울산경찰청장(사진)은 2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울산경찰은 지난해 112신고 대응 최우수기관에 선정됐고, 수사 사건 처리 신속성과 만족도도 전국 1위를 기록했다”며 “울산 경찰의 대응 수준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치안정보부장을 거쳐 지난 9월 울산청장으로 부임한 유 청장은 현장·정책·국제 치안 등 다양한 영역을 경험한 전문가다. 2014년 울산남부경찰서장을 역임해 지역 상황에 대한 이해도 높다. 그는 부임 이후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와 교통시설 개선 등 ‘생활안전 인프라’ 강화를 위해 울산시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업 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범죄 예방 활동도 다각도로 확대하고 있다. 관계성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맞춤형 대응,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동순찰대 예방순찰, 실전형 대테러 합동훈련 등을 통해 도시 안전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늘고 있는 외국인 유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자체·기업과 협업해 범죄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외국인 스스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조직 내부의 안정과 소통을 강조했다. “현장이 튼튼해야 시민에게 제공되는 치안 서비스도 좋아진다”며 “매주 일선 부서를 방문해 직원 의견을 듣고 이를 치안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리 없는 데서 듣고 형체 없는 데서 본다’는 ‘청어무성 시어무형’(聽於無聲 視於無形)의 자세로 민생치안 역량을 강화해 시민의 믿음직한 파수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유 청장은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확인을 위해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중대 사고일수록 초기 대응과 철저한 조사로 재발을 막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