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마을에 청년이… 문화 선교로 지역 활기

입력 2025-11-21 03:01
김지환 목사가 20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더 넥스트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일상 속 건강한 신앙생활을 돕는 ‘샬로믹데이클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인구소멸 위기 지역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품은 청년들이 충북 보은에 터를 잡았다. 고령화된 지역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지역을 품기 위해서다.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사역과 비즈니스를 진행해 지역을 회복시키고 활기를 불어넣는 게 목표다. 일명 ‘청춘새결’이다.

이를 위해 예배사역팀 위러브 대표인 박은총 목사를 주축으로 뜻이 맞는 청년 18명이 의기투합했다. 박 목사는 다음세대를 위한 예배 찬양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 소도시를 찾아가는 청춘찬양단도 운영했다. 이를 통해 농어촌의 현실을 확인하고 찬양으로 어르신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귀촌까지 결심하게 됐다.

박 목사는 “마치 배가 기울어 침몰하듯이 도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내려가면 좋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이런 ‘바보 같은 여정’에 동행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청년들이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다는 의미로 청춘새결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어린이와 어르신을 위한 교육사업, 마을잔치, 찬양 페스티벌 등을 준비할 예정이다.

청춘새결처럼 기독교인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소개됐다.

도시공동체연구소(소장 성석환 교수)와 에스겔선교회(대표 김동호 목사)는 성경적 가치관과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사업 공모전 ‘더 넥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0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두 단체는 소속 교회 증빙이 가능한 만 39세 이하 청년 또는 신학생 팀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세대통합, 소외계층 포용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교회와 사회에 실질적 변화를 제시하는 이들을 연결하고 의미 있는 사업을 통해 교회의 신뢰를 회복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시작 단계인 ‘씨앗기’와 법인 설립 3년 미만인 ‘성장기’ 부문에 227개팀이 지원했다. 이 중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친 11개팀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김동호 목사는 “성경에서 일찍 온 일꾼과 늦게 온 일꾼에게 같은 품삯을 준 포도원 주인은 포도원을 운영하려고 일꾼을 고용한 게 아니라 품삯을 주기 위해 포도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며 “그 포도원 주인 같은 마음을 품은 청년이 많이 발굴돼 내 교회를 넘어 하나님 나라를 함께 세워가길 바란다”고 지원자들을 격려했다.

‘샬로믹데이클럽’은 일상 속 건강한 신앙생활을 돕는 크리스천 커뮤니티다. 기독 청년들은 물론 교회는 떠났지만 대안적 공동체가 필요한 청년, 관심사에 따른 모임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서핑 다도 훌라댄스 핸드드립 DJ공연 등 때마다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청년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음악을 듣기만 해도 기도하는 거지’ ‘천천히 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거지’ 등 삶에서 자유롭게 묵상하는 방법을 함께 나눈다.

1인 가구나 독거노인을 위한 아침밥을 마련한 교회도 있었다. 충북 청주 광림교회(정대위 목사)는 일주일에 한 차례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다알조’(다함께알콩달콩조식)를 통해 이웃 간의 소통 증진과 유대감 형성,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날카로운 비판보다 따뜻한 조언으로 각 아이디어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5개팀이 최종 선정돼 총상금 7000만원이 수여됐다. 성석환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고 그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와 보람이 있었던 행사”라며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하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