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의 한 개척교회. 예배 도중 권사가 흐느끼자 맨 뒷자리의 9살 예빈(가명)이가 몸을 일으켰다. 70㎏ 넘는 몸을 이끌고 다가간 아이는 휴지를 건네며 “할머니, 울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타인의 슬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 아이를 천사라고 부른다. 병원에서도 예빈이는 아픈 환아들에게 먼저 다가가 “친구야 힘내” “언니 예쁘다”며 인사를 건네는 인사대장이다.
어머니 김미경(가명·46)씨는 지난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빈이 몸이 무거워 보여도 어르신 짐을 보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랑스러운 딸”이라며 “몸의 장애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큰 아이”라고 말했다.
천사 같은 마음 뒤엔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다. 15번 염색체 이상으로 배고픔을 느끼는 희귀난치병 ‘프라더-윌리 증후군’ 탓이다. 키 135㎝에 72㎏. 비대해진 몸은 척추와 기도를 압박해 매일 밤 산소 양압기를 껴야 하고, 아침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
성장은 투쟁이었다. 1.7㎏ 미숙아로 태어나 젖병 빨 힘도 없던 예빈이는 생후 3개월 만에 희귀병 판정을 받았다. 근육 발달이 더뎌 “3살에도 못 걸을 것”이란 의사의 진단에도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고, 예빈이는 27개월 만에 기적처럼 첫발을 뗐다.
하지만 현실은 위태롭다. 목회자 아버지 박진수(가명·50)씨의 월 100만원 남짓한 사례비는 개척교회 임대료를 내고 나면 거의 남지 않는다. 병원비를 벌려고 식당일 등을 하던 김씨는 무거운 예빈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팔꿈치 인대를 다쳐 더는 일을 할 수 없다. 건강보험료는 46개월째 밀렸고 딸의 건강을 위한 수영 강습도 중단 위기다.
예빈이에게 가장 아픈 건 편견이다. “애 관리를 왜 저렇게 했냐”는 수군거림이 비수 같다. 김씨는 “목욕탕에서 핀잔을 들은 예빈이가 ‘아줌마, 그런 말 마세요. 저 속상해요’라고 대꾸했을 때 억장이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예빈이는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 성경을 편다. “태초에… 하나님이….” 서툰 발음으로 한 글자씩 말씀을 따라 하는 딸을 보며 김씨는 희망을 가진다. 그는 “매일 새벽, 하나님께서 예빈이의 혈관과 세포 하나하나를 만지셔서 본래 창조된 모습대로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25년 10월 24일~11월 19일/단위:원)
※5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아동에게 지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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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후원 :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 1600-0966 밀알복지재단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