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퀴라소

입력 2025-11-21 00:40

내년 6~7월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20일(한국시간) 현재 우리나라 등 42개국의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크게 확대되면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나라도 4개국이나 된다. 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요르단, 아프리카의 카보베르데와 북중미의 퀴라소가 주인공이다. 퀴라소는 인구가 약 15만명으로 역대 본선 진출 국 중 가장 인구가 적은 나라가 됐다. 이전까지 본선 진출국 중 최소 인구 국가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던 35만명의 아이슬란드였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퀴라소는 네덜란드 왕국의 구성국이다. 네덜란드령 안틸레스의 일부였다가 2010년 안틸레스가 해체되면서 구성국이 됐다. 네덜란드 왕국 국내법에 따르면 네덜란드 왕국엔 4개의 구성국이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네덜란드도 네덜란드 왕국 구성국 중 하나다. 이밖에 카리브해에 위치한 퀴라소, 아루바, 신트마르턴이 네덜란드와 동급 지위인 구성국이다. 유럽 예선을 통과한 네덜란드까지 네덜란드 왕국 구성국 중 2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셈이다.

월드컵 본선 첫 진출로 스포츠 뉴스에 등장하기 전엔 국가명 자체도 생소한 나라였지만 이곳 출신 야구선수들 중에는 익숙한 이름이 꽤 있다. 미국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영구 결번 선수인 앤드루 존스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LA 다저스 소속이던 시절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주며 한국 팬들에게 인기가 급상승했던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같이 뛰었던 블라디미르 발렌틴도 퀴라소 출신이다. 발렌틴은 2013년 60개의 홈런을 때려 아시아 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선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로저 버나디나가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축구와 야구 팬들에게 퀴라소는 인구 15만의 스포츠 강국으로 각인될 듯하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