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페이스북으로 알려진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정을 내렸다. 24세의 AI 전문가 매트 디트케를 영입하는 데 2억5000만 달러를 약속한 것이다. 이 금액은 4년에 걸쳐 현금과 스톡옵션 등으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첫 해에 1억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화로 계산해 보면 2억5000만 달러는 약 3500억원이고, 1억 달러는 1400억원이다. 20대 젊은 청년을 영입하는 데 한 해에 14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급키로 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계약이 성사되기 전 메타에서는 디트케를 영입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는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당시 메타는 디트케에게 1억2500만 달러(약 1700억원)를 제안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했다. 자신의 가치가 그 정도는 넘어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이 단 저커버그가 직접 나섰다. 과감하게 당초 제안했던 금액의 2배를 제시했다. 한 사람, 그것도 24살의 아직 검증이 안 된 기술자에게 이 어마어마한 금액의 제안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제안은 현실이 되었고, 메타는 이 청년을 얻었다.
파격적 처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메타는 이러한 인재를 앞으로 50명에서 70명 정도 더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실제로 또 다른 AI 전문가인 앤드루 털록을 지난 10월 영입했는데 6년간 최대 15억 달러 규모의 보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디트케에 비해 2년 더 긴 6년이긴 하지만 총액은 약 6배 더 많다. 즉 한 사람에게 6년간 무려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약속한 셈이다.
이러한 뉴스를 접하며 드는 생각은 두 가지다. 첫째는 AI 기술의 파괴력에 대한 두려움이다. AI의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세계적인 경영자에 오른 저커버그가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야 할 정도로 대지진이 앞에 있다는 점이다. 훌륭한 개발자 한 사람에게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야 할 정도로 그 사람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한 사람의 뛰어난 개발자가 평범한 연구자 1000명, 1만명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인재 영입을 감당하기 위한 비용 절감에 관심을 갖게 된다. 누군가에게 한 해에 1400억원을 지급한다면 회사 차원에서 그만큼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그렇다면 단순 생각해 보면 1억원 연봉의 근로자나 개발자 1400명이 해고돼야 한다. 실제로 메타에서는 올해 초 전체 인력의 약 5% 수준인 36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선언했고 그것은 현실화됐다. 초엘리트 몇 명에게 보상이 집중되고, 평범한 일자리를 대규모로 사라지는 구조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회사의 이야기지만 생각해 보면 이건 이 사회의 문제로 나타날 것이다. 몇몇 뛰어난 연구자와 지도자가 국가의 부를 좌우하게 된다. 다수의 노동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다. 무고하게 정리해고된 3600명의 메타 직원과 같은 이들이 이 사회에 수없이 나타날 것이다. 인간의 노동과 능력을 대체할 기계와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대부분의 국민은 이들 덕에 살게 될 것이다. 부요하게 된 국가가 건네주는 기본소득을 가지고 말이다.
결국 사람은 기본소득 인간으로 살게 될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그렇게 산다면 실업이나 무직이 그렇게 두렵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남을 것이다. 어쩌면 무기력해진 사람은 그런 질문조차 떠올릴 수 없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날에 우리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깊이 상고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