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가온 계엄 1년… 난감한 국힘, 반기는 민주

입력 2025-11-20 02:04
장동혁(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당내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이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대적인 행사와 함께 계엄 당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제정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기념하기도 무시하기도 껄끄러운 모습이다. 장동혁 지도부는 “사과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1년이 다 되도록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해 지지율이 바닥 아니냐”는 반발도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19일 “사과해서 해결된다면 천 번도 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계엄에 대해선 이미 반대 당론을 의결했고, 대선 국면 등에서 수차례 사과 메시지도 냈다는 설명이다.

당 내부에는 국민의힘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일방적 계엄 선포에 따른 피해자라는 인식도 많다. 이 관계자는 “계엄을 몰랐던 우리도 피해자인데, 사과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다시 민주당 ‘내란 프레임’에 완전히 말려들게 된다”며 “여당은 ‘내란 동조자들이 인제야 자백했다’고 손뼉 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된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선언 역시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분위기다. 우선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빤하다. 이미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면회까지 다녀온 상황이어서 명분도 없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여권의 무차별적 내란 공세를 비판하는 공세적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장 ‘믿는 구석’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의 기각 여부다. 당 지도부는 추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렇게만 되면 국민의힘과 계엄은 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특검의 야당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계엄 1주년은 장 대표 취임 100일과 겹치는 상황이어서 ‘영장 기각’을 계기로 대대적 역공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당 관계자는 “장 대표가 당 의원에 대한 무차별 압수수색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체포, 황교안 전 총리 구속영장 청구 등 무리한 수사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앞장서서 싸워왔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과거와의 단절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계엄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에 대해서는 지도부가 됐든, 의원 전원이 됐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선 엄태영 의원은 최근 의원 단체 대화방에 “설 전에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결단도 필요하다”며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고, 새롭게 출발하지 않으면 주전자 속 개구리마냥 모두 만세탕이 된다”는 글을 올렸다. 장 대표와 중진 오찬 회동에서도 중도 확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매년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제정해 기리자는 목소리가 많다. 박선원 의원은 국회의장이 국민주권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헌정질서 수호에 공로가 있는 시민 포상을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발의했다. 민주당은 1주년 때 국회 앞에서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불법 계엄 1년’ 행사도 계획 중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시민의 응원봉 빛으로 계엄을 극복한 것을 기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우진 성윤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