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레터링도 뗐다… 제네시스의 자신감

입력 2025-11-21 00:12
국산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은 올해 10월까지 국내에서 누적 2만6700여대가 판매됐다. G80(3만4150여대), GV70(2만7960여대)과 함께 제네시스 대표 모델이다. GV80은 내년 하반기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출시로 또 한 번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국산 럭셔리카 시장을 개척한 제네시스가 올해로 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단일 모델의 인기를 넘어 하나의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이어졌다. 현재는 글로벌시장에서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이 중심에는 제네시스의 첫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이자 상징적 모델인 GV80이 있다. 최근 연식 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한 ‘2026년형 GV80’을 시승했다.

시승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약 120㎞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승 차량은 가솔린 3.5 터보 AWD 5인승 모델로, 22인치 SDS2 휠이 적용됐다. 외장은 ‘우유니 화이트’, 실내는 스모키그린·어스브라운·바잘트 조합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졌다. 파퓰러 패키지, 후석 컴포트 패키지, 전동식 사이드스텝, 뱅앤올룹슨 사운드 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등 주요 옵션이 대부분 포함된 사실상 풀옵션 모델이었다. 차량 가격은 9970만원에 달했다.

이번 연식 변경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디자인이다. 2026년형 GV80은 후면 ‘GENESIS’ 레터링을 제외한 모든 레터링을 삭제했다. 멀리서 보면 차체가 더 정돈된 인상을 준다. 미니멀리즘을 넘어 브랜드 자신감을 드러내는 전략으로 읽힌다.

GV80 뒷좌석에서 바라본 앞좌석과 운전대, 센터페시아 등 실내 전경. 현대자동차 제공

실내는 소재 품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무드램프 밝기 조절 범위가 넓어져 고급감이 한층 강화됐다. 특히 어스브라운과 바잘트 톤은 어두운 조도에서 은은한 음영을 만들어내 1억원대 SUV다운 정숙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완성했다.

주행 감각은 GV80이 추구해온 ‘안락함 중심’의 성향이 그대로 이어졌다. 도심 정체 구간에서 낮은 속도로 움직일 때는 큰 차체가 무색할 만큼 부드럽게 반응했다. 출발과 정지 사이 토크 변화가 자연스럽고, 3.5 터보 엔진 특유의 여유 있는 힘이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좁은 골목길에서는 차체 폭이 다소 크게 느껴지지만, 운전대가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워 조향 부담이 크지 않았다. 전동식 사이드미러 카메라와 서라운드 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실제 체감 난도는 더 낮았다.

고속도로에서는 GV80의 성향이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노면 충격을 차체 전체가 눌러앉듯 흡수하는 방식으로 안정감이 높았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코너를 돌 때도 롤링이 크지 않았다. 액셀러레이터를 강하게 밟아 가속해도 실내 소음 증가가 거의 없었다. 이 점은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감을 덜어줄 것 같다. 다만 이 차에 대해 스포츠카급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급가속이나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운전자에게는 차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GV80의 주요 장점 중 하나는 2열 공간이다. 5인승 모델의 2열 레그룸은 성인이 다리를 뻗어도 넉넉할 정도로 여유로웠다. 시트 각도를 조절하면 소파에 기대듯 편안한 자세가 만들어졌다. 독립 공조 기능과 열선·통풍 시트도 갖춰져 있어 편안함을 극대화했다. 트렁크 공간 역시 대형 SUV다운 수납력을 자랑했다. 큰 캐리어 여러 개를 싣고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실용성과 고급감을 동시에 갖춘 패키지라는 기존 평가가 이번 시승에서도 재확인됐다.

가격은 GV80을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여전히 큰 고민 지점이다. 국산차 중 ‘1억원대 SUV’의 대표 모델이지만, 최근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 SUV 선택지가 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GV80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단순한 가격 대비 성능보다 제네시스 브랜드 경험, 전국적으로 촘촘한 서비스 네트워크, 빠른 부품 수급과 정비 편의성 등을 더 크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수입 브랜드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제네시스만의 강점이다.

제네시스는 내년부터 전동화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GV80 하이브리드 모델이 내년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2.5ℓ 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 SUV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앞서 상반기에는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이 나온다. GV80보다 큰 전기 SUV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상징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GV90의 가격은 1억원을 훌쩍 넘어 최대 2억원대까지 형성될 것으로 전해진다.

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