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생애 네 개의 국적… 망명 음악가 정추 생애 복원

입력 2025-11-21 00:09

90년 생애 동안 국적을 네 차례(한국·북한·러시아·카자흐스탄)나 바꿀 수밖에 없었던 망명 음악가 정추(1923~2013)의 생애를 복원하고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평전이다. 광주광역시에서 출생한 정추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작곡을 공부한 뒤 해방 후 북한으로 건너가 평양음대 교수로 활동했다. 1958년 ‘김일성 우상화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가 소련으로 망명했고, 이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생을 마감했다.

정추는 시인이자 탐사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의 작은 아버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앞서 ‘북한 영화의 대부 정준채 평전’과 ‘정근 전집’을 출간했다. 정근은 저자의 부친, 정준채는 큰아버지다. 이번 ‘정추 평전’으로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혔던 선대(先代) 3형제의 삶의 기록이 완성됐다. 저자는 “오랜 숙원”이었다는 평전을 위해 정추가 남긴 서신, 악보, 사진, 공식문서 등 4개국에 흩어진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집필 기간만 3년이다. 그동안 묻혀있던 정추의 ‘발레 심포니’ 악보를 찾아내기도 했다. 개인의 삶을 떠나 ‘경계인’으로 살아온 20세기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역정을 생생하게 음미할 수 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