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를 전격 공개하며 생성형 AI 시장 패권 도전에 나섰다. 제미나이3는 여러 성능 지표에서 오픈AI의 ‘챗GPT-5’를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당초 올 연말 출시가 유력했지만, 18일(현지시간) 깜짝 공개에 이어 서비스 전반에 해당 모델을 즉시 적용하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같은 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엔비디아와 함께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픈AI의 초기 투자자였던 MS가 경쟁사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면서 AI 업계 ‘왕좌의 게임’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미나이3는 기존의 어떤 AI보다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AI 벤치마크 중 최고난도로 꼽히는 ‘인류의 마지막 시험(HLE·Humanity’s Last Exam)’에서는 정답률 37.5%로 역대 최대 점수를 기록했다. 정식 출시 전인 연구용 확장 버전 제미나이3 ‘딥싱크’ 경우 정답률이 41%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수학 문제 해결력을 측정하는 ‘GPQA 다이아몬드’에서도 91.9%의 정확도를 보여 89.4%의 GPT-5를 앞섰다. 사용자 참여형 평가 플랫폼 ‘LM 아레나’에서는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두 종류 이상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처리 능력도 대폭 강화됐다. 미술사 공부를 위한 자료를 요청하면, 각 시대별 대표 작품 사진과 내용을 요약 정리한 표까지 내놓는 식이다. 자연어 지시만으로 개발을 수행하는 ‘바이브 코딩’ 역량 역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코딩 부문 지표인 LM아레나 웹데브에서 1487점을 받으며 1387점의 GPT-5를 가볍게 눌렀다.
구글이 기술력으로 시장을 흔들자, MS는 ‘초대형 AI 동맹’으로 맞불을 놨다. MS와 엔비디아는 앤트로픽에 총 150억 달러(약22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MS 클라우드 컴퓨팅을 300억달러(약 44조원)어치 구매하고,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MS는 자사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에게 앤트로픽의 모델 ‘클로드’를 제공하게 된다. 아울러 엔비디아와 앤트로픽이 사업에서 성능과 효율성,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게 설계와 엔지니어링 작업에도 협력할 예정이다.
자사 서비스에 챗GPT를 주로 활용해오던 MS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오픈AI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날 “(AI) 업계 전체가 승자독식이나 과도한 독점 경쟁 구도를 넘어서야 한다”며 개발 협력사 다변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앤트로픽 역시 MS를 비롯해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등 세계 3대 클라우드 서비스와 협력 관계를 완성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업계 1위’ 오픈AI를 겨냥한 견제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자리를 위협할 만한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