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대사관 ‘신안 염전노예’ 조사… “강제노동 왜 근절 안되나”

입력 2025-11-19 18:50 수정 2025-11-19 18:53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 연합뉴스

주한 미국대사관이 최근 재조명되는 전남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관련해 “10년 전 발생한 사건이 왜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복되는 강제노동 문제가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에서 분류하는 한국의 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한 미국대사관은 약 10년간 노동착취를 당하다가 지난달 발견된 지적장애인 A씨 사건에 대해 지난 18일 관련 지원 단체 및 피해자 측 변호인과 면담을 실시했다. 염전 업주 B씨는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A씨의 노동을 착취하고 9600만원 상당의 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면담에 참석한 관계자는 “미 대사관 측에서 (사건 관련) 구체적으로 많은 질문을 던졌다”며 “예전부터 알려진 사건이고, (한국 정부·지자체에서) 단속과 조처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왜 안 없어지는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고 말했다. 대사관 측은 파악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본국에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대사관은 미국의 수입 보류 조치를 받은 태평염전에 대해 지난 8월 현장을 방문해 근로자 계약서, 숙소 등을 조사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지난 4월 강제노동 의혹을 이유로 태평염전 천일염 수입 시 제품을 억류하도록 조치한 데 따른 것이다. 대사관은 조사 당시 신안군 관계자가 재발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 것과 달리 두 달 만인 지난달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측은 지자체의 ‘인신매매등피해자 식별 및 보호에 대한 지표’가 실제 활용되는지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평등가족부에서 만든 이 지표는 인신매매나 강제노동 피해자를 신속히 발견해 구조·보호하기 위해 행위·수단·목적을 종합적으로 판별하는 기준이다.

강제노동 문제는 한·미 관세협상에서도 일부 언급됐다. 미 백악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문)에는 한·미 양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 협력하고,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은 수입 차단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는 노동착취 문제로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에서 한국의 등급이 또다시 하락하면 통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국무부는 매년 해당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가별 등급(1~3등급)을 매긴다. 한국은 2022년 이주 노동자 강제노동 등을 이유로 20년 만에 2등급으로 강등됐다가 지난해 1등급으로 복귀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