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형석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25대 회장에 도전한다. K팝의 세계적 위상과 달리 저작권료가 제대로 징수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김형석은 19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몇 개월 전 후배들의 추대를 받고, 협회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두 들여다 봤다”며 “국내 음악 시장은 4500억 규모로 커졌는데, 시스템은 여전히 수십 년 전에 머물다 보니 세어나가는 돈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상태로 두기엔 선후배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에 배수진을 치고 출마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김형석은 1990년대부터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신승훈의 ‘I Believe’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다.
특히 해외 징수 누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 MLC(정부가 승인한 단일 저작권료 징수·정산 기관)를 예로 들며 “K팝의 점유율을 고려하면 최소 140억원은 받아야 하지만 실제 수령액은 1~2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메타데이터(곡을 식별하는 정보)가 국제 표준 코드와 맞지 않아 매칭이 이뤄지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 징수를 전담할 독립 조직 ‘K-MLC’를 출범시켜 임기 내 해외 징수를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AI 탐지 체계와 블록체인 데이터 허브를 기반으로 한 징수·분배 시스템 개편도 추진한다. 이 같은 기술 기반 혁신을 통해 임기 내 징수액 8150억원, 장기적으로 ‘1조원 징수 시대’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AI 시대에 맞는 저작권료 체계 마련도 약속했다. 그는 “AI 업체와 학습 단계 수익 확보를 위한 선행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관련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밥그릇 싸움’ 이미지로 굳어진 협회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16일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글로벌 회계·컨설팅사인 PWC 등에 협회 운영과 재정을 전면 진단받고 결과를 회원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선거는 다음 달 16일 열린다. 김형석 외에 더크로스 출신 이시하가 출마했다. 당선자는 4년간 임기를 수행한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