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이 너도나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관련 공개 토론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재명정부의 약한 고리인 항소 포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최대한 끌고 가려는 취지인데, 한편으로는 토론의 포문을 열며 몸집을 키워가는 한동훈(사진)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심리도 깔려 있다.
신동욱·김민수 최고위원은 19일 나란히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여권을 향해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진행자가 박 의원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이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상황을 “검찰주의자들의 망동”이라고 표현한 것을 언급하자 “자꾸 박 의원의 말을 인용하는데 가능하면 함께 토론 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도 오전 YTN라디오에서 “여야 지도부가 항소 포기 관련 토론도 제안할 생각이 있냐”는 질의에 “민주당에서 (토론을) 받아만 준다면 얼마든지(하겠다)”라고 했다.
몰아치는 야권의 토론 공세에 포문을 연 건 한 전 대표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박 의원을 겨냥해 “안 보이는 데서 혼자 ‘아무 말 대잔치’ 하지 말고 공개 토론하자”며 “김어준 방송도 좋으니 민주당 법무부 장관 대표 선수로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박 의원은 “판결문 내용에 대해서 조목조목 질문에 답을 하면 얘기할 수 있다”며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박 의원 측이 끝내 한 전 대표에게 토론 불가 의사를 전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한 전 대표는 앞서 정성호·조국·추미애 등 전현직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도 공개 토론을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거대여당 법무부 장관들이 방구석 여포처럼 이게 뭐냐”고 비판했다.
뒤늦은 지도부의 토론 참전에는 한 전 대표를 견제하는 성격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를 겨냥해 “공개 토론을 한다 해도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이 맞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 한국 정부의 론스타 취소 소송 승소와 관련해서도 “론스타 사태를 자신의 영웅 서사로 만들려는 ‘한’가로운 사람이 있다”며 한 전 대표를 직격했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의 비아냥은 부적절하다”며 “한 전 대표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이슈화하고 이재명정부의 성과로 홍보하려던 론스타 승소를 우리 당의 성과로 바로잡은 것은 잘한 일”이라며 옹호하고 나섰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