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계엄을 반대하는 취지로 재고를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증인 선서를 거부하다 과태료를 부과받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은 법정 소란으로 감치 대기 명령을 받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진행된 한 전 총리의 내란우두머리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께서 (비상계엄) 얘기를 듣고 재고를 요청하신 적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한 전 총리가 ‘반대’라고 명확히 말했는지 묻자 윤 전 대통령은 “반대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겐 반대하는 취지로 들렸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도 계엄 선포에 부정적인 입장을 개진했다며 이들에게 “오래 가지 않고 끝날 계엄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걱정하지 마시라. 미국이나 일본에는 안보실을 통해 설명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다른 대부분 질문에는 이미 탄핵 심판 등에서 진술했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 전 장관과 김 전 장관도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대부분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이 전 장관은 아예 증인 선서를 거부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받았다. 재판부가 “형사 재판을 하면서 선서를 거부하는 건 처음 봤다. 선서를 해야 한다”고 하자 “해석하기 나름 같다. 과태료 부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걸 조서로 남겨 달라”고 맞섰다. 김 전 장관 증인 신문 직전에는 김 전 장관의 변호인들이 재판부의 허가 없이 발언하다가 감치 대기 명령을 받기도 했다.
같은 법원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공천개입·통일교 청탁 등 혐의 재판에선 김건희 특검과 김 여사 측이 증거들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검 측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 여사 사이 카카오톡 메시지, “비밀리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겠다”는 김 여사의 녹음 육성 등을 공개했다. 김 여사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특검은 이날 처음으로 재판 중계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5분 남짓만 중계를 허용했다.
같은 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김씨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서류를 조작해 개발부담금을 축소하려 하고, 김 여사에 대한 각종 청탁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씨는 영장심사에서 혐의 전반을 부인하며 “김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저의 관계 때문에 편견을 갖지 말고 사안을 정확히 판단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지호 윤준식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