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온 10대 청소년 A양은 여러 쉼터를 전전하며 지내왔다. 일부 쉼터에선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퇴소를 요구받기도 했다. 최근 그는 입소 면접까지 본 뒤에야 간신히 중장기 쉼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 A씨는 “쉼터는 가정복귀를 최우선으로 두고 입소를 판단하기 때문에 가정폭력 때문에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들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가정 밖 청소년(가출 청소년)’에 대한 지원체계가 성평등가족부가 운영하는 쉼터 중심에서 다변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학대로 가정 밖으로 밀려난 청소년들이 쉼터에 입소하지 못하거나 적응에 실패할 경우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때문이다.
19일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 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학대를 가장 많이 받은 연령대는 13~15세(24.8%·6077명), 10~12세(23.4%·5721명)였다. 16~17세(10.2%·2487명)를 포함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절반을 넘어선다. 아동학대의 주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부모(84.1%)였다.
이처럼 학대는 청소년기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이를 견디지 못하면 가정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김지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이 집에서 신체적 폭력을 비롯해 여러 유형의 학대를 받으면 가출 외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면서 “학대로 집을 나와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가정 밖 청소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 체계는 쉼터 중심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 50만원씩 지원하는 자립지원수당이다. 이는 만 18세 이후 이들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쉼터 등 시설 입소 기간이 2년 이상인 자만 받을 수 있다. 쉼터에 입소했다가 적응하지 못해 2년을 채우지 못한 가정 밖 청소년은 지원받을 수 없다.
자립정착금도 마찬가지다. 보호종료아동과 달리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자립정착금은 경기·부산·울산·제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지급한다. 이 역시 시설 입소 조건이 달려 있다.
실제 쉼터 퇴소자 중 해당 조건을 맞춰 혜택받는 인원은 많지 않았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시설 퇴소 가정 밖 청소년 3135명 중 자립수당을 받은 이들은 373명(11.9%)에 불과했다.
변미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활동가는 “가정 밖 청소년들을 일률적으로 쉼터에 입소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주거·자립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가정 밖 청소년을 지키기 위해선 보호할 장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쉼터 중심으로 설계가 돼 있다”면서 “자립정착금 지원 문제도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