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사법연수원 30기·사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여파로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 검사장은 이번 검찰의 항소 포기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 그를 항소 포기에 반발했던 대장동 수사·공판팀이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장에 앉힌 것으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본격적인 검찰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자칫 검찰 내 반발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는 19일 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박 검사장은 광주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지낸 ‘특수통’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대변인 등 요직을 맡았지만 윤석열정부 때 좌천돼 대구고검과 부산고검 검사 등 한직을 돌았다.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검찰 핵심요직인 대검 반부패부장에 기용되면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검사장은 대검 수뇌부로서 지난 7일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관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지난 6일 항소 제기 필요성을 대검에 보고했지만 박 검사장은 재검토를 지시했고, 이를 항소 불허 취지로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사태 한가운데 있는 박 검사장을 수사·공판팀 직속 상관으로 발령낸 셈이다.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검찰 내 반발 기류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정 장관의 의중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인사에서는 박 검사장 외에도 이른바 ‘친문·반윤’ 인사들이 대거 등용됐다. 신임 대검 반부패부장에는 주민철(32기) 서울중앙지검 중경2단 부장검사가 승진 임명됐다. 주 검사장은 문재인정부 당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했었고, 법무부 검찰과장을 지냈다.
정용환(32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대검검사급으로 승진해 서울고검 차장검사에 임명됐다. 정 차장은 2021년 중앙지검 반부패1부장으로 대장동 1차 수사팀을 지휘했었다. 그는 최근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1차 수사팀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당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2차 수사팀을 겨냥한 바 있다. 정 차장은 현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팀의 연어·술 파티 의혹을 수사하는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TF) 팀장도 맡고 있다.
수원고검장에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채널A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정현(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임명됐다. 신임 광주고검장에는 고경순(28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신규 보임됐다.
검찰 내부는 공개적인 입장은 자제하면서도 격앙된 분위기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합리적이었던 이재명정부 초반 검찰 고위급 인사와 비교하면 정부가 이성을 잃은 느낌”이라며 “실력이 아닌 이념에 따른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인사로 한직으로 꼽히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되면서 항소 포기 사태에 반발한 인사를 발령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말 안 들으면 내쫓겠다는 경고성 인사”라며 “안정은커녕 조직이 더 동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