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1조달러 투자’ 선물에 “존경받는 분” 환대한 트럼프

입력 2025-11-19 19:00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1조 달러(1465조원) 대미 투자를 약속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맞이해 “매우 존경받는 사람”이라며 국빈급 예우를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2018년 벌어진 언론인 살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적극 변호했다.

트럼프와 빈 살만은 이날 백악관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빈 살만은 미국에 1조 달러 투자 계획을 밝히며 “미국의 미래를 믿는다”고 말했다. 1조 달러는 사우디의 전체 국부펀드 규모와 맞먹는다. 빈 살만은 “미국이나 트럼프를 기쁘게 하려고 가짜 기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5월 사우디를 방문해 6000억 달러 규모 투자 합의를 끌어냈는데 이번에 사우디가 예정된 금액에 4000억 달러를 추가한 것이다.

빈 살만은 2018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찾았다. 트럼프는 그를 “인권 등에서 놀라운 분”이라며 극진하게 예우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다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에 빈 살만이 있다는 의혹을 대신 반박했다.

트럼프는 한 기자가 빈 살만에게 “미 정보 당국은 당신이 언론인 살해를 지시했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하자 격앙된 목소리로 끼어들며 “그는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질문으로 우리 손님을 난처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카슈끄지)은 매우 논란이 큰 인물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 질문을 한 ABC방송 기자를 향해 “끔찍한 기자다. ABC방송은 가짜 뉴스이기 때문에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빈 살만은 언론인 암살에 대해 “매우 고통스러운 사건이었고 큰 실수였다”며 “우리는 그 사건에 대해 적절한 조사를 진행했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국교를 정상화하기 위한 ‘아브라함 협정’에 사우디가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빈 살만은 “우리는 모든 나라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이 좋은 일이라고 믿고 아브라함 협정의 일원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