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에즈라 진 목사 등 18명 구속 기소… “한국교회 기도를” SOS

입력 2025-11-20 03:01
에즈라 진 목사와 딸 그레이스씨가 함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진씨는 미국인과 결혼해 현재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 그레이스 진씨 제공

에즈라 진(김명일) 목사를 비롯한 중국 시온교회 지도자 18명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로 40일 구금 끝에 구속 기소됐다. 진 목사의 딸 그레이스 진(김정아)씨는 “우리를 잊지 말고 함께 기도해 달라”고 한국교회에 호소했다.

19일 시온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검찰은 이 교회 지도자 18명을 온라인 불법 정보 유통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달 9~11일 베이징 선전 상하이 등지에서 체포돼 광시성 베이하이 제2구치소에서 조사를 받아왔다.

그레이스 진씨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 일은 정부 간의 문제가 아니라 영적인 전투라고 생각한다”며 “옥중의 신자들이 풀려나고 중국인들이 기독교 신앙을 깨닫는 빌립보 감옥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진씨는 현재 미국인 남편과 함께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 그는 “지금은 가족도 아버지를 만날 수 없고 변호사를 통해 서로 편지만 전하고 있다”면서 “아버지는 베이하이 구치소에 구금된 상황에서도 믿음 안에서 평안하지만, 침상 없이 바닥에서 지내고 있으며 함께 갇힌 이들과 대화도 금지된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가장 큰 가정교회로 알려진 시온교회의 폐쇄는 종교 탄압의 일환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기독교인을 줄이고 가정교회를 폐쇄하는 ‘기독교 중국화 5개년 계획’을 결의했다. 7월에는 전국종교단체연석회의를 열어 종교활동 장소에 국기를 내걸기로 했고, 9월에는 온라인 종교활동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시온교회는 이 법이 적용된 첫 사례다.

시온교회가 예배드리는 모습. 그레이스 진씨 제공

진씨는 “같은 시기에 시온교회와 관련 없는 다른 가정교회도 폐쇄되고 목사님들이 붙잡혀 갔다”면서 “중앙 정부와 당의 권력 최상부에서 이를 계획했고 더 큰 박해가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전부터 시온교회의 여러 예배당이 폐쇄되고 목회자들이 끌려가는 일이 이어졌다”며 “시온교회를 본보기 삼아 중국 내 기독교인을 겁주고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중국이 가정교회 폐쇄를 목표로 체계적인 탄압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온교회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박해를 예상하고 대비해 왔다”면서 “진 목사님은 갇혀 있지만 다른 목회자들이 매일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신자들은 미국과 한국 등 해외에서 예배에 참여한다.

진 목사의 구속 직후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온누리교회가 공개적으로 석방을 촉구했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이를 거론하길 요청했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진씨는 “회담 직전까지 검토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결국엔 무역과 경제 얘기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시온교회 신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대대적인 탄압에 담대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매일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박해 속에서 더 굳건해진 신앙을 공개적으로 간증하고 있다. 박해받는 중국 기독교인을 위한 홈페이지(hpcc.world)를 개설하고 기소된 이들과 교회를 위한 기도와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어 홈페이지(hpcc.kr)도 만들어졌다. 교회의 소식과 진 목사의 옥중서신, 신도들의 간증이 한국어로 번역돼 있고 후원도 가능하다.

시온교회 간판. 지금은 간판이 뜯겨졌고 교회는 폐쇄됐지만 온라인 예배는 이어지고 있다. 그레이스 진씨 제공

중국 정부는 2018년에도 베이징의 시온교회를 폐쇄했다. 이 시기 교회는 오히려 더 부흥했다. 진 목사는 현장예배가 금지되자 찬양과 설교를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같은 시간에 함께 예배드리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환했다. 전국으로 흩어진 신자들은 온라인 예배를 이웃과 공유하고 지역별로 모였다. 이 덕분에 시온교회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교회가 폐쇄됐을 때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현재는 중국 40개 도시에서 100곳의 모임이 있으며 매일 아침 온라인 예배에 참여하는 숫자만 1만5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 당국의 감시로 해외 교회와의 교류는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시온교회는 한국교회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진씨는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한국인 선교사에게 신앙을 배우기도 했고 미국 풀러신학교 유학 시절에는 가족이 함께 한인교회에 출석했다”면서 “한국을 방문하면 여러 교회를 찾아가 한국 신자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찬양과 기도도 함께했다”고 말했다. 진씨는 “한국교회가 함께 모여 큰 소리로 기도하는 모습에서 강한 능력을 보았다. 우리 교회와 아버지를 위해서도 잊지 않고 꼭 기도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베이징대 재학 시절 천안문 사태를 겪었다. 애국심이 투철한 예비 공산당원이었던 그는 좌절에 빠졌으나 삼자교회인 조선족교회에서 회심하고 기독교인이 됐다. 한국 기업에서 2년간 일한 뒤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 옌지신학교에 진학했다. 삼자교회에서 한국어 예배를 이끌 정도로 열정적이었으나 ‘오직 주님만 중심이 되는 신앙’을 가지기에는 정부의 간섭이 지나쳤다고 한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삼자교회의 요청을 마다하고 독자적인 교회를 개척했다. 진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만 교회의 중심이 되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것을 포기한다면 기독교인이라 할 수 없지 않은가”라며 “이것을 위해 아버지는 교회를 개척했다. 이 신앙을 증언하기 위해 우리는 생명까지도 걸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