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밥을 산다 했다. 후배가 사는 밥을 얻어먹으려니 면이 안 섰다.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오는 날 만둣국을 먹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우리가 다녔던 학교 캠퍼스를 걸었다. 주변은 상전벽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된 것보다 더 크게 변해 있었다. 낡고 낮은 주택이 있던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얼마나 할까. 가진 돈을 다 털어도 이번 생에는 사지 못할 텐데. 흰 머리칼이 바람에 날렸다. 왜 사냐 건 웃지요.
커피를 앞에 놓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업데이트를 했다. 두 사람의 청춘이 빠르게 흘러갔다. 삶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요즘 하나님께 자꾸 불만을 토로하게 된다고 했다. 나야말로 그렇거든? 이야기가 깊어지다가 감정이 찔끔 새어 나왔다. 그 순간, 잊었던 사실이 기억났다. 우리의 젊은 날, 절대자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순수하다 못해 순진했는지를. 그분이 먼저 우리를 선택하고 사랑했음을 지금도 믿지만 그 순수한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반환점을 돌았으니 어떻게 종착점에 도달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기도수첩에 그의 이름을 적었다. 이 제목이 이루어질 때까지 누나가 기도할게. 자주는 못 하지만.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