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론스타 사태 원죄론’을 꺼내며 프레임 전환에 나섰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소송전 승소를 국정 성과로 홍보했다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숟가락 얹으려 한다”고 지적받자 역공으로 선회한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대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론스타 먹튀 게이트’는 20년 넘게 우리 정부와 국민을 괴롭혀 온 악몽 같은 사건”이라며 “5조원 가까운 국부가 유출된 책임을 따지자면 국민의힘 측 인사들에게 물어야 할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거명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2003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재직 시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한 전 총리는 당시 론스타를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었다는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는 벌써 이 일이 자신의 치적인 것처럼 홍보하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 정부 공직자들이 합심해 어렵게 이뤄낸 성과에 대해 내 덕은 뽐내고 남 탓부터 하는 정치 행태는 국민의 빈축만 살뿐”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의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발표하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거둔 쾌거”라고 밝혔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초국가적 투기자본에 맞선 이재명정부의 흔들림 없는 대응은 국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번 드높였다”고 거들었다.
소송 제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전 대표는 과거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소송에 반대하던 민주당을 ‘숟가락론’으로 비판하며 거듭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업적공방’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정권의 잘못된 가로채기를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바로잡는 것”이라고 썼다. 또 소송 최종변론이 이재명정부 출범 전인 지난 1월 마무리된 점을 언급하며 “약을 팔아도 말이 되게 팔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