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격화된 중·일 갈등이 양국 연예계와 극장가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예정돼 있던 일본 보이그룹의 팬미팅 행사가 취소되는가 하면 일본에서는 한국 아이돌그룹에 속한 중국인 멤버의 일본 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막아 달라는 청원까지 제기됐다.
19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중국 텐센트 산하 음원 플랫폼 QQ뮤직은 지난 17일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보이그룹 JO1(제이오원)의 광저우 팬미팅 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QQ뮤직은 “원래 광저우에서 개최키로 했던 제이오원의 팬 파티는 불가항력적 요인의 영향으로 취소된다”고 설명했다. 제이오원은 11인조 보이그룹으로 CJ ENM과 오시모토흥업이 한·일 합작으로 설립한 라포네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한국 걸그룹 에스파에도 불똥이 튀었다. 홍콩 성도신문에 따르면 에스파가 일본 NHK의 대표 연말 특집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에스파의 중국인 멤버 닝닝의 출연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이 폭주했다.
닝닝은 2022년 소셜미디어에 원폭 버섯구름과 비슷한 모양의 전등 사진을 올렸다가 일본에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청원에는 홍백가합전은 일본의 중요한 공식 행사이며 역사의식을 결여한 언행을 용인한다면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에게도 상처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성도신문은 에스파의 출연 여부가 앞으로의 중·일 관계 흐름을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극장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영화보는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일하는 세포’ 등 개봉을 앞둔 일본 영화들의 개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입·배급사 측은 “일본 수입 영화의 전체적인 시장 성과와 중국 관객들의 감정을 반영한 신중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 중인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도 중국 개봉 사흘 만에 불매 수준으로 관객 수가 폭락했다고 성도신문은 전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