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1500만대 이상 판매된 혼다 CR-V는 ‘스테디셀러’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1995년 첫 출시 당시 ‘도심형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CR-V는 이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SUV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다. 현행 6세대 CR-V 하이브리드로 혼다의 기술력이 집약된 대표 모델을 시승했다.
시승 기간은 이틀이었지만 CR-V 하이브리드의 실사용 감각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안정감’이었다. 전장 4705㎜, 휠베이스 2700㎜로 이전 세대보다 커졌지만, 큰 차라는 부담은 거의 없었다. A필러와 후드 형상을 최적화한 혼다의 ‘다이내믹 뷰 프레임’ 덕분에 시야가 탁 트였다.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6세대 CR-V는 혼다의 2모터 하이브리드를 탑재해 모터 최고출력 184마력, 엔진 147마력을 냈다. 수치만 보면 화려하지는 않으나 실제 주행에서 모터가 주는 힘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가속 구간에서도 스트레스가 없었다.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이나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CR-V의 강점인 공간성도 뛰어났다. 2열 레그룸은 동급 최고 수준으로 넓었다. 트렁크는 기본 1113ℓ에서 최대 2166ℓ로 확장되는 등 넉넉했다. 가족 여행, 캠핑, 육아 등 실생활에서 체감되는 장점이 분명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실내 일부 소재에서 원가 절감 흔적이 보였다. 도어 트림과 내장재 등에서 플라스틱 비중이 높았다. 5500만원대 가격을 고려하면 더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 시장에서 기본 탑재가 필수인 내장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점도 감점 요소다. 스마트폰 미러링(애플 무선·안드로이드 유선)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내비가 없는 점은 소비자의 마음에 심리적 장벽이 될 수 있다. 혼다는 지난 13일 안전·편의 사양을 강화한 부분변경 모델 ‘뉴 CR-V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가격은 2WD 5280만원, 4WD 5580만원이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