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나는 가벼워지고 싶었다

입력 2025-11-21 00:07

느닷없이. 나는
가벼워지고 싶었다.

가벼워진 잎사귀들은
무리 지어 광활한 가을의 품안에서 흩어지는 바람의 허전함이 된다.

황갈색 가랑잎들은 멋대로 썰렁한 하늘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곡률대로 휘어지는 비탈면 따라 움직이는 정확한 기하학적 질서다.

멀리 하늘 끝 지긋이 노려보며, 나는 저물녘이 서서히 농도를 찾아, 내 몸안에 피처럼 번지는 것을 느끼며, 내 몸을 떠나 빈 하늘 마음 끝 헤치고 싶은 내 손바닥 한 장의 비어 있는 무게를 펼쳐본다.

어느덧 나의 실체는 두 팔을 치켜들고 겨울 사상 중심에 서서 광물처럼 황량해지고 있는, 잎 진 한 그루 나무 회초리 끝 명석한 바람소리였다.

-허만하 시집 '별빛 탄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