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서 ‘차 봉지 속 마약’ 50일새 15번째 발견

입력 2025-11-19 18:53

제주도 해안에서 차(茶) 제품으로 위장한 마약류 케타민(사진)이 잇따라 발견되자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급기야 해안가 주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전단지를 제작해 배포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19일 제주해경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부터 전날까지 50일간 제주도 해안에서 총 15차례에 걸쳐 케타민이 발견됐다. 총량은 약 34㎏으로, 113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발견된 케타민은 모두 은색 또는 초록색 차 제품 포장 형태로 위장돼 있었다. 외부에는 제품 정보가 인쇄되지 않아 실제 유통 제품의 포장지를 사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경은 밝혔다. 일부 포장지에 인쇄된 QR코드 역시 기능이 없는 단순한 이미지로 추정된다.

해경은 현재까지 발견된 두 가지 형태의 위장 포장 이미지를 포함한 전단지를 제작해 해안가 마을 주민, 파출소, 어업인을 중심으로 배포하고 있다. 제주해경이 마약 관련 전단지를 직접 만들어 주민들에게 배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약이 발견된 곳은 제주시 제주항·애월읍·조천읍·구좌읍·용담포구·우도 해안가와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으로, 대부분 제주도 북부 해안의 갯바위 인근이다.

해경은 이 지역이 해류와 바람을 따라 해양 쓰레기가 밀려오는 지점과 일치하는 점을 들어 해당 마약이 범죄 조직의 해상 운송 과정에서 바다에 유실된 뒤 제주 해안으로 떠밀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던지기 수법일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회수하려는 시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를 마약 유통 장소로 활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해경은 판단하고 있다.

수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케타민이 신종 마약이라 유통 경로에 대한 정보가 적고, 출처가 특정되지 않아 해당 국가 수사기관과 공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해경은 우선 발견된 마약류의 원산지 및 제조 조직을 파악하기 위해 성분 분석을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싱가포르 태국 대만 중국 일본 캄보디아 등 주변국과 미국의 마약 관련 기관에 사건 현황을 전달하고 정보 회신을 요청한 상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