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잃은 ‘자살생존자’ 함께 애도하는 과정 필요

입력 2025-11-22 03:06
자살 유족을 정의할 때 유가족보다 더 넓은 의미를 담은 ‘자살생존자’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는 자살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뿐 아니라 가까운 친구와 지인까지 포함합니다. 고인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가족 이상의 친밀한 유대감을 나눴던 이들은 그만큼 큰 충격과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 주변의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면 고통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후기 청소년으로 불리는 대학생 시절 친구의 자살을 경험한 남기원씨는 사인을 알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컸고, 같은 처지였던 교수님에게 원망도 많았습니다. 그는 5년이 지나서야 한 교수님의 경청과 공감적 반응으로 미뤄두었던 슬픔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마음을 터놓고 자살한 친구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나 환경을 갖지 못했던 탓입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친구의 자살을 접했을 때 함께 슬픔을 나누고 애도를 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고인과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충격을 받은 학생들을 지지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도록 함께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자살생존자들이 모여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고, 먼저 떠난 친구에 대한 기억을 나누며 추모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청소년기에 가까운 친구의 상실로 인한 애도가 너무 늦어져서 고통으로 남지 않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함께 해야 합니다.

강명수 한국자살유족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