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프리미엄’이 대세… 中업체들도 도전장

입력 2025-11-20 00:50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말이 스마트폰 업계에서도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내놓은 라인업 중 판매량 1위는 모두 최고가 모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는 데다,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이 우선 적용되는 제품이다 보니 조금 더 돈을 들여서라도 ‘차별화된 경험’을 누리려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했던 삼성전자, 애플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까지 고가 모델을 제품군 선봉에 세우는 판매 전략에 나서고 있다.

하나증권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8월 판매된 갤럭시 S25 시리즈는 총 2561만대로, 이 중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25 울트라가 절반에 가까운 1218만대를 차지했다.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 Z7 시리즈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Z 폴드7이 187만대, Z 플립7이 90만대로 역시 더 비싼 제품의 판매량이 많았다.

기업들이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박리다매 전략’으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한 대를 팔아도 중저가 제품은 남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프리미엄 라인에 주력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다음 달 5일쯤 공개될 예정인 삼성전자 트라이폴드폰은 두 개의 힌지가 모두 안으로 접히는 ‘듀얼 인폴딩’ 방식으로 삼성의 기술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의 출고가는 400만원 안팎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가 제품 약진에 애플은 10년 넘게 이어 온 ‘가을 신작 공개’ 관행을 바꾸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연 1회 출시 체제를 연 2회로 바꾸는 계획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내년 가을에는 아이폰 18 프로와 프로 맥스, 첫 ‘폴더블’ 아이폰이 우선 공개될 예정이다. 프리미엄 모델을 앞세워 구매를 유도하고, 보급형 모델을 후속으로 내놓으며 시장 수요를 골고루 흡수한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의 아이폰 17 시리즈의 경우 출시 후 첫 2주간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프로·프로 맥스 모델 판매 비중이 전체 75%에 달했다.

‘가성비’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고급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샤오미가 지난 9월 출시한 샤오미 17 프로 맥스는 아이폰 최상위 제품에 붙는 ‘프로 맥스’를 그대로 차용했다. 이름에 걸맞게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앱 프로세서(AP)로 채택하고, 배터리 용량도 7500밀리암페어(mAh)로 늘리는 등 변화를 줬다. 화웨이도 곧 출시할 메이트 80 시리즈에서 기존 ‘프로+’ 모델을 프로 맥스로 바꿔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모델은 화면 크기, 카메라 성능, 배터리 용량 등 주요 사양을 높여 프리미엄 대열 합류를 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