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딸의 방문이 닫혔다. 특히 아빠는 들어오지 말라는 ‘아빠 출입금지’라는 푯말까지 걸렸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드나들던 딸의 방에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서운하고 서글펐다. 그러나 아내는 오히려 기뻐하고 감사하라고 했다. 아내는 딸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며 방의 문은 닫혔지만 성숙한 인생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닫힌 문을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문이 열리도록 열심히 기도해 보지만 한번 닫힌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닫힌 문 앞에서 사람들은 낙심과 좌절을 경험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도리어 닫힌 문에도 감사하라고 하신다. ‘선택훈련’이라는 책을 쓴 존 오트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닫힌 문은 언제나 우리를 낙심하게 만듭니다. 직장이나 관계, 돈, 교육, 심지어 교회 사역까지 모든 영역에서 문이 닫힐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삶이 무너지고 하늘이 무심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문을 닫게 해 주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에 우리는 감사해야 합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실망스럽던 닫힌 문이 지나고 나면 감사로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닫힌 문에 감사해야 할 이유는 욥의 고백처럼 “주신 이(문을 여시는 분)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문을 닫으시는 분)도 여호와이시기 때문”이다.(욥 1:21) 닫힌 문 앞에서 하나님은 계획이 있으시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견뎌낼 수 있다.
모세는 평생을 소망했던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나님이 막으셨다. 다윗도 일생의 소원이었던 성전 건축을 간절히 구했지만 하나님은 그 문을 닫으셨고 열어주지 않으셨다. 우리도 같은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왜 하나님은 그 문을 닫으실까.
먼저 그것은 내가 아닌 하나님이 하시는 일임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필자는 교육전도사 시절 첫 사역지에서 열심히 봉사했다. 그런데 신학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다른 교회로 옮기게 되었을 때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처음 부임한 교회에서 요즘 표현으로 ‘영혼을 갈아 넣을 정도’로 섬기고 헌신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없으면 우리 부서가 안 돌아갈 거야’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선배 목회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그는 “그걸 김 전도사가 왜 걱정해. 교회는 하나님이 주인이신데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거야. 김 전도사는 그냥 하나님이 부르시는 곳으로 가서 주어진 사명에 충성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닫힌 문 앞에서 내가 할 일은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맡기고 지금 주어진 일에 충성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일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참된 믿음이다.
하나님은 닫힌 문이 아니라 새로운 문을 찾게 하려고 문을 닫으신다. 오트버그 목사는 허버트 G 웰즈의 ‘벽속의 문’이라는 책을 인용하면서 “계속해서 벽을 따라가기만 하면 언젠가 문은 나타날 것임을 기억하라”고 했다. 우리는 닫혀 있는 문에 실망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문을 찾고자 지나왔던 경험의 과정이다. 그 여정은 하나님이 예비하신 새로운 문을 찾는 영적 길잡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 내가 다시 너희를 보리니 너희 마음이 기쁠 것이요 너희 기쁨을 빼앗을 자가 없으니라”(요 16:22)고 말씀하셨다. 눈앞의 닫힌 문 때문에 근심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생의 벽을 따라 걷고 또 걷다 보면 마침내 새로운 문 앞에 서게 될 것이고 그 앞에서 누릴 기쁨은 아무도 빼앗을 자가 없을 것이다. 인생의 문이 닫혔는가. 오히려 감사하라. 그 닫힌 문 안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연동교회)